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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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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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상 수 신부

동물은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과거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는 있지만, 경험으로부터 반성하거나 참회할 줄은 모릅니다.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 중에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도덕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것도 포함됩니다. 인간 사회가 약육강식의 논리만으로 지배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0년 대희년을 선포한 가톨릭교회는 사순절의 첫날인 3월 12일을 '용서의 날'로 정하고 인류에게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며 참회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스도교만이 진리라는 명목으로 저지른 과오를 비롯해서 이교도와 타 인종,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학대 등 지난 역사 동안의 죄를 발표 하였습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당시 79세 노구의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성하께서 떨리는 음성으로 용서를 청하던 모습은, 과거 역사에 대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게 했습니다.

독도문제는 잊을만 하면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떠오릅니다. 식민지시대의 과오에서 비롯된 정당하지 못한 영토권을 21세기에 와서도 주장하는 일본의 반성 없는 국가적 부도덕을 봅니다. 영해에 대한 이해가 철저하지 못했던 시대의 자료들을 근거로 내세워 국제사회로부터 논리적 정당성을 서서히 확보해 나가는 것을 보면 무섭기까지 합니다.

정직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법이나 규칙이 필요 없습니다. 법은 오히려 교묘하게 법망을 이용해서 변칙적인 이득을 취해야하는 사람들에게 법전의 한 구절이 더 절실한 법입니다. 법리원칙에 따라 해석되기만 하면 파렴치범도 무죄가 되고, 무죄인 사람이 범법자가 되는 법치의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기야 법의 역사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왕권을 강화하거나 기득권을 지킬 목적에서 출발했으니 인류의 진보로 법인식이 바뀌고 법조항들이 수정된다한들 권력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강화될 수밖에 없는 지도 모릅니다.

부시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국에 일본이 선임되기를 원했지만 주변국인 남북한과 중국, 대만 등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과거사의 반성이 없었던 일본에 대한 저항은 미국 다음의 세계 경제대국임에도 안전보장이사국 선임을 무산시켰습니다. 대단한 수치입니다. 돈도 있고 권력도 있지만 세계의 지도자 국가로서 행세할 수 없는 한계를 모르는 저들이 안타깝습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국가와 지도자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면키 어렵습니다.

독재사회의 특징은 투명하지 못하고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는 것입니다. 오랜 독재를 겪은 한국 사회의 부패지수도 한국병이라 불릴 만큼 불치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회공인에 대한 도덕성의 요구가 매우 높아졌고, 기득권자들이 앞서 저질렀던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들에 대해 엄격한 비판이 가해지고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참회 없이 과오를 덮거나 왜곡하거나 은폐시킨다고 잘못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반성 없는 국가나 지도자는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비난과 질시, 조롱의 대상으로 남을 뿐입니다. 역사는 도도하게 흐르는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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