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실용외교인가
누구를 위한 실용외교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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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일본 정부가 급기야 중학교 교육지침으로 사용될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개선이 모색되던 한·일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명기에 대해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양국 정상간 합의에 비춰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또 "독도문제는 역사문제일 뿐 아니라 영토주권에 관한 사항인 만큼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빚는 북방 4개섬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마치 불법 점거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쇠고기 파동'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상황에서 한·일관계마저 급속히 냉각되면서 '4강 외교'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남북관계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전반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세계 어느 나라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달려가겠다"는 실용의 원칙을 내세웠었다. 취임후 2개월이 채 안된 지난 4월에는 미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해 양국 정상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고 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자리를 빌려 조지 부시 미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또 한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우의를 돈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는 겉으로는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를,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각각 합의했다. 중국 방문 때는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이런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덕분이라는 청와대의 '자화자찬'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는 쇠고기 파동으로 오히려 다소 소원해졌고 일본과의 관계는 독도 영유권문제를 계기로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중국이 5월 정상회담기간 한·미 동맹관계를 폄하하면서 한·중관계도 그리 썩 좋은편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한·일 두 정상간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이에 우리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한 번 큰 고비를 맞고 있는 양상이다.

새 정부의 4강 외교가 전체적으로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여기에다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것도 새 정부의 실용외교에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조차 실용에 기반한 상호주의를 적용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 "할 말은 하겠다"는 등의 강경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는 곧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 결과 한국과의 대화를 전면 중단한 채 미국과의 소통에만 올인하는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정책은 더욱 노골화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은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새 정부의 외교안보 난맥상에 대해 야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무원칙한 대북정책과 저자세 실용외교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로선 정부는 원칙을 갖고 차근차근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제에 '과연 실용외교가 실용적인가'는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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