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오일쇼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7.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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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오일쇼크(oil shock)는 지난 1973년 10월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번지면서 발생했다.

페르시아만의 산유국들이 석유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해 전쟁당시 3.2달러였던 원유값을 불과 3개월만에 11.6달러로 인상하며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3.5%에서 24.8%로 치솟았고 경제성장률은 12.3%에서 7.4%로 하락했다.

이어 5년 뒤인 1978년 12월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배럴당 1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40달러까지 올라 두번째 오일쇼크를 맞았다. 1차 오일쇼크 때보다 석유의존도가 높아진 우리나라는 더욱 큰 충격에 빠졌다. 물가상승률은 28.7%나 됐고 경제성장률은 -5.7%를 기록했으며 실업률도 5%나 되었다.

최근 초고유가는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1, 2차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중의 수입물가는 지난해 5월보다 45% 올라 외환위기때인 지난 98년 3월 이후 10년여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원유와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는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률은 84%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 이래 사상 최고치다. 수입물가가 뛰면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10년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경상수지도 외환위기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망돼 한국은행은 90억달러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외환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총소득과 국민총소득 등 소득지표들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가 분명해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8년만에 최악이고 기업의 체감경기도 10년만에 최악이다. 이밖에 비경제활동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 정도면 3차 오일쇼크로 규정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을 정도의 지표들이다.

다행히 최근 이틀동안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 밑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위험한 수준에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의존도가 높다. 그런 나라가 기름값이 오르면 내수 부진과 수출이 상당히 힘들어진다. 또 소비도 위축되고 고용도 불안하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고유가 비상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조치가 일관성이 없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민들도 헷갈린다.

정부는 지난달 8일 관계부처 합동의 고유가대책을 통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70달러를 넘을 경우 비상조치를 발동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달 27일에는 150달러와 170달러 상황별로 단계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수정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1단계 조치도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대책의 강도를 높인 뒤 8일에는 아예 2단계 조치의 시행기준을 종전 170달러에서 150달러로 낮췄다.

정부의 비상조치 방침이 왔다갔다 하는 사이 국민들이 체감하는 오일쇼크에 대한 반응은 둔감해졌다.

외환위기는 예측을 못한 정부를 비롯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오일쇼크를 너무 위기로 조장해 비상조치를 너무 자주 써먹다보면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내성에 젖어 더 위험할 수 있다. 정부의 비상조치는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고유가로 가뜩이나 신음하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날씨마저 외면하고 있다. 장마철인데도 비는 오지 않고 찜통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한줄기 소낙비가 기다려진다. 그리고 기름값이 내려가고 경제가 좋아졌다는 소식은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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