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記者의 취중진담
한 記者의 취중진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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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얼마전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한 후배의 울분에 가까운 취중진담을 들었다. 그 후배 왈 언론이 이러면 안된다는 것이다. 치기로 보기에는 너무 진지해 보였다.

그 후배가 식식거리는 이유는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고유가로 힘들어하는 사회분위기를 의식해 최근 시작한 에너지절약 차원의 '100일 동안 자전거 이용' 이벤트에 대한 진정성 문제였다.

후배는 정 지사의 이같은 계획을 충북도가 발표한 것을 보고 환영하고 마음속으로 무척 기뻤다는 것이다.

도지사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만으로도 고유가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박수를 보냈다는 것이다.

도지사 관사와 충북도청간의 거리가 불과 300m인 점을 감안할 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해도 지사의 불편이나 고통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전용차로 출근해도 누가 무어라 말하지 못할 지사의 의지 표명만으로도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도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후배는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내용을 알아본즉 퇴근은 아니고 출근만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어안이벙벙했다는 것. 이 부분에서 후배의 실랄한 멘트가 나온다.

"지사 관사와 도청간의 거리를 감안해보면 출퇴근을 모두 자전거로 해도 박수받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그 의지를 높게 사 박수를 보냈는데 알고보니 출근만 한답니다", "그것도 임기내내가 아니고 단 100일"이라며 후배는 열을 올렸다.

후배의 멘트가 이어진다

"지사 관사와 도청 거리는 300m 정도입니다. 그 정도면 관사에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출발을 한후 브레이크를 한번 잡을까말까 하다가 도청에 도착한다"면서 "그것도 지사 관사는 도청에서 바라볼 때 경사각도가 꽤되는 위에 있어 출발하면 곧 도청에 도착하는 거리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식식거린다.

후배는 더 열을 올린다.

"더 어이없는 것은 지사께서 출근길에 이용한 자전거는 퇴근길에 이용하지 못하는 관계로 다음날 아침 출근을 위해서는 누군가에 의해 지사 관사까지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오히려 소모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라고 톤을 높였다.

여기까지 말을 이어간 후배는 화두를 지사의 자전거 출근에서 언론으로 돌린다. 지사의 자전거 출근 모순점에 대해 지적한 언론이 한곳도 없다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매체는 못했지만 다른 언론매체에서는 한줄이라도 나올줄 알았는데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었다고 푸념하면서 소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넣는 것으로 후배의 식식거림은 막을 내렸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분명 지사의 이벤트는 고유가로 고통받는 도민들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의 한 방안인 대중교통 이용이나 자전거 타기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도청에 있는 그 자전거를 관사까지 가져다 놔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 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뜻은 이해되나 실천강도가 낮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 지사의 자전거 이벤트가 시작된 이 후 새로 구입한 전용차를 다시 매각하거나 걸어서 출근하는 등 에너지절약 붐 조성을 위한 자치단체장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초고유가에 대응하는 고강도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같은 시기의 자치단체장들의 관련 이벤트도 부족한 2%를 채운 고강도여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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