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문백전선 이상있다
24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6 2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562>
글 리징 이 상 훈

"내 조만간 염치 대신을 직접 모시고 너를 찾아오마"

사촌형 대흥의 말에 대정은 크게 공감을 하는 눈치였다. 사실 대정 자신도 병천국을 몰래 떠나버린 온양이나 탕정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고급 관리로서 행했던 일들은 모두다 병천국 백성을 위한 것이었지 더러운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저질렀던 일이라곤 두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온양과 탕정이 멀리 떠나버린 지금 병천국 백성들은 그들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고 대정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아! 그렇다! 온양과 탕정 그리고 염치 같은 자들이 관료로 있었기에 오늘날 이렇게 잘 사는 병천국이 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정은 순간 부끄러움을 크게 느꼈다. 어찌보면 병천국의 은인이나 다를 바 없던 자들을 단지 토박이가 아닌 외지인(外地人)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두 사람을 개처럼 내 쫓아 버렸고 지금 남아있는 한 사람(염치)마저도 억지로 쫓아버리고자 꾸미고 있는 일에 대정 자신이 크게 일조(一助)를 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내가 지금 매성 대신을 모시고 있고 또 그로부터 봉록을 받아 먹고사는 처지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런 일은 심한 것 아닌가 염치 대신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죽을 죄를 지었다면 혹시 몰라도 단지 출생지(出生地) 때문에 이러한 핍박을 당한다면 이건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만한 도리가 아니지. 아암.'

대정은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대정은 매성이 지시한 대로 따라서 일을 해주기만 하면 그 뿐이다.

그가 맡은 일이란 염치와 가깝게 지내는 장산과 술친구를 해가며 그(염치)에 대한 정보를 몰래 빼내어 매성 대신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

그런데 문제는 대정이 이렇게 성심성의껏 열심히 일을 해주고 난 뒤 과연 자신에게 어떠한 댓가나 이득이 들어올 수 있느냐하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죽도록 일은 자기가 하고 그것에 대한 공은 엉뚱한 놈이 차지해 버린 일을 대정은 수없이 많이 보고 또 실제로 겪어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열심히 일을 해준 보람도 없이 나중에 그 과실(果實)을 엉뚱한 놈이 따 먹으면 난 어쩌지 그렇게 되면 난 말짱 헛일을 하고만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으으음.'

이런 생각이 들고나자 대정으로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은 제아무리 매성 대신으로부터 돈독한 신임을

얻고는 있다만 사냥철이 끝나면 사냥개가 잡혀 먹히는 것처럼 염치가 제거되고 난 다음 대정 자신이 언제 어느 때 찬밥 신세로 변하게 될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흥은 사촌동생 대정의 표정이 갑자기 이상스럽게 변하는 걸 알아보고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가지고 점잖게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조만간 염치 어른을 직접 모시고 너를 찾아오겠다. 그때 또 보기로 하자꾸나."

"형님! 그런데 솔직히 제 지위가 별로 높지 못하니 형님께 무슨 도움이 되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니야! 자네는 언젠가 나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되리라 믿네. 그럼 나중에 보자고."

대흥은 이렇게 뭔가 여운 있는 말을 남기고는 서둘러 대정의 집을 떠났다. 대정이 잠시 흐트러지고 울적해진 기분을 가다듬으려 할 때 장산이 술과 안주 몇 점을 가지고 찾아왔다. 부담감 없이 그저 가볍게 만나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에 대해 이미 이 두 사람은 꽤나 익숙해져있던 터였다. 두 사람이 서로 한두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해가며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주흥(酒興)이 무르익어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