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 문백전선 이상있다
24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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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61>
글 리징 이 상 훈

"만일 염치 대신에게 금화를 받지 못하면 어떻하지

아내는 이렇게 말한 뒤 계속 꾸역꾸역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또 갖다 주고자 주방으로 달려가려다가 무슨 할 말이 또 남았는지 고개를 홱 돌리며 남편 장산에게 다시 말했다.

"아 참! 하나밖에 없는 제 남동생에게 큰 누님으로서 기왕에 잘 해줬다는 소리를 들을 바에야 좀 더 화끈하게 해주고 싶어요. 잔치하고 나서 남는 돈이 있걸랑 제가 적당한 말 한 필 골라 사주려고 하는데 여보! 괜찮겠지요"

"여, 여보!"

장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쪼르르 주방 쪽으로 가버렸다.

'허허! 나 이거야 원. 저렇게 뭘 몰라서야 어디.'

장산은 철부지 같은 자기 아내의 행동에 참으로 기가 막혔다. 당장 그의 기분 같아서야 모든 걸 죄다 물리게 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싶긴 하지만 그러나 이건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니 지금 현 상태로서 적당히 수습하는 일만이 최선책일 것이다. 장산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냉정침착해지고자 심호흡을 해보는 등 나름대로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의 머리를 때리듯이 밀려오는 커다란 불안감이 장산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아! 참으로 큰일이다! 만에 하나 내가 염치 대신에게 받기로 한 금화 다섯개를 얻지 못한다면 난 완전히 앉아서 패가망신을 당하는 격인데.'

장산은 문득 아까 사람을 따로 보내어 술친구 대정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걸 기억해 내고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급히 집을 나섰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장산은 염치 대신이 금화 다섯 개를 주기로 약속하며 부탁했던 그 일을 확실하게 알아내 가지고 염치 대신에게 전달해 주고 금화 다섯 개를 건네받는 것 이외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전혀 있을 수 없었다.

바로 이 무렵, 대흥은 자기 사촌 동생 대정을 만나 이런저런 애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너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염치 대신을 도와주라는 말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병천국 내에 그 분만큼 능력 있고 깨끗하고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는 관리가 어디 있느냐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 분이 이곳 토박이가 아닌 외지인(外地人)이라는 것뿐인데, 하지만 그것이 어찌 사람의 품성과 능력을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되겠느냐 우리

병천국을 위해서도 염치 대신은 꼭 필요한 존재이시니라. 이제 와서 우리 병천국 사람들이 몹시 아쉬워하고 있지만, 일전에 야반도주를 해버린 온양과 탕정 두 사람! 단지 외지인이었다는 사실 이외에 나무랄 점이 뭐가 있었더냐 과거 어렵게 살던 우리 병천국이 이들 때문에 부강한 나라로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니라. 그런데 양심적이고 올바르고 능력 있는 온양과 탕정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짐으로 해서 우리 병천국이 얼마나 큰 손해를 봤더냐 그러니까 네가 우리 병천국의 발전을 진정으로 원하고자 한다면 매성 대신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갈 궁리를 꾀하는 것보다 염치 대신 같이 유능한 사람이 병천국의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을 줘야만 할 것이니라.

대흥은 대낮부터 술 먹고 자기 집을 찾아와서 횡설수설 떠드는 사촌 형 대정의 말이 귀찮게만 들렸다. 그러나 대흥 역시 그의 말 가운데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즉 온양과 탕정, 그리고 염치 같이 양심적이고 올바른 관리들이 지극히 보잘 것 없었던 가난한 병천국을 강하고 부하게 일으켜 세웠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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