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문백전선 이상있다
24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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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60>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에게 주기로 한 금화를 당장 어디서 구하지"

이렇게 말하는 염치 아내의 두 눈은 무섭게 치켜 올라갔고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물통은 어느새 저만치 내팽개쳐져 있었다. 지금 그녀의 태도로 보건대 솥뚜껑만한 손바닥을 단단히 말아 쥐고서 남편 염치의 조그만 머리통을 위에서 아래로 절굿공이 찧듯이 그대로 당장 내리쳐버릴 기세였다. 염치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정신이 아찔하긴 했지만 그러나 맥없이 그냥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염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그 금화가 있어야만 하오. 실은 내가 그 금화를 주기로 약속했던 사람이 있."

그러나 염치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질 못했다. 아내의 커다란 손바닥이 염치의 입과 턱 부분을 한꺼번에 덥석 감아쥐었기 때문이었다.

"흥! 내 앞에서 금화 같은 얘기를 다시는 꺼내지도 마! 알았지 또다시 요 조그만 주둥아리에서 금화 얘기가 튀어나온다면 난 요 머리통을 호두알처럼 으깨놓고 말겠어. 당신 나 잘 아시잖아 내가 시시하게 농담 따위를 즐기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염치의 아내는 한 손으로 거머쥔 염치의 입과 턱을 세차게 몇 번 좌우로 흔들어대다가 가볍게 뒤로 확 밀쳐내 버렸다. 그 바람에 염치는 발라당 뒤로 넘어졌지만 그 강도(强度)가 그다지 세지 않았기에 곧바로 일어날 수 있었다. 염치는 아내에게 제아무리 무슨 말을 하고 사정을 해본댔자 아무 소용없으리라 생각하고 후다닥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

'아! 제아무리 무식의 극치를 달리는 여자라지만 저렇게 뭘 모르고 고집이 세어서야. 그나저나 이거 참 큰일이네! 내가 장산에게 주기로 약속한 금화를 당장 어디 가서 구한다지'

염치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그저 애꿎은 한숨만 푹푹 몰아내 쉴 뿐이었다.

한편, 장산의 집에서는 때 아닌 잔치가 벌어졌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 산더미같이 사갖고 온 먹거리 재료들을 그냥 놔두기가 아까워서인지 그의 아내와 장모, 처제 등이 서둘러 음식을 만들어가지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다가 마구 먹이고 술을 마시게 해주는 잔치였다. 그러니 동네 사람들은 물론 인근 일대 사람들이 꾸역꾸역 자꾸만 모여들어 그래도 제법 큼지막한 편인 장산의 집 마당 안을 아예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 메워버렸고, 주방 안에서는 장산의 장모와 그의 아내, 그리고 대여섯 명도 더 되는 처제들이 커다란 가마솥에 닭고기며 돼지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등을 삶아대고 술상을 차려서 내가느라 온통 부산을 떨고 있었다.

"여보!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돈을 믿고서 이렇게 펑펑 마구 써대면 어쩌려고"

뭔가 불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장산은 주방과 마당을 드나들며 부지런히 음식상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는 아내를 억지로 불러내가지고 이렇게 조용히 나무랬다.

"어머! 얼마나 좋아요 노총각 남동생이 마침내 장가를 가게 됐는데 이 정도 축하 음식 정도는 동네 사람들한테 베풀어야지요."

아내는 자신이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 장산에게 말했다.

"하지만 빚까지 내어 이런 잔치를 꼭 벌여야만 하겠소 그리고 처남이 아직 장가가는 날을 잡아 놓은 것도 아니지 않소"

"여보! 우리 올케가 될 여자의 배를 당신이 보시고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올케의 배 아니 그게 뭔 말이야"

"글쎄 남동생이 자기 딴엔 효도를 하려는지 일찌감치 일을 저질렀지 뭐예요 그래서 올케 될 여자의 배가 지금 산만큼이나 크게 부풀어 있어 언제 거기가 벌어져서 애가 쏙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판이고요. 사정이 이러니 동네잔치를 미리 해두어야만 나중에 혹시 무슨 일이 생겨 혼인식을 뒤로 미루게 되더라도 훨씬 덜 창피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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