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박물관
<137>슬로베니아 류블리아나 박물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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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슬로베니아는 독립후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중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류블리아나 박물관, 프레세렌 광장, 도심을 통과하고 있는 유람선).
중세로 통하는 비밀의 문앞에 서다

아침 9시에 제미, 챨리와 함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참으로 오랜 만에 과일과 빵이 풍성한 식사를 하는 셈이다. 세 사람은 여행의 허기 탓인지 각자 2인 분은 족히 먹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것 같다. 긴 여행에서 오는 배고픔과 갈증 탓일 것이다. 챨리가 길쭉한 빵의 배를 가르고 그 속에 햄과 치즈를 넣어 점심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따라 했다. 바나나 한쪽과 자두와 달걀 하나를 종이로 싸서 자켓에 넣었다. 비싼 호텔 객실요금을 내었으니 본전을 뽑자는 알뜰함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오랜 배낭여행으로 경비를 아끼고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

고전주의 양식 건물 크로아티아와 비슷
류블리아나 도시의 상징인 드레곤 동상.

도시는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크로아티아에서 느낀 분위기와 비슷하다. 12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거리 구석구석을 스며들고 있다. 도시는 아담하고 마치 중세의 어느 도시 골목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인구 197만 명의 슬로베니아는 과거 유고슬라비아의 연방 국가들 가운데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독립 후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1인당 GDP가 1만$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브레세렌 광장 주변 박물관 탐방

류블리아나 모제 메스토우 성당의 종소리 뒤편으로 방사선처럼 연결된 좁은 광장이 나타난다. 브레세렌(Breseren) 광장 한가운데 선 동상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쉰 다음 우측 박물관으로 향했다.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도를 가지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으면서 여유 있게 답사할 수 있는 규모이다.

입구에 도착하자 박물관 앞 잔디밭과 아름드리나무가 소박하고 고요한 운치를 받쳐주고 있다. 네 명의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이 저마다 각기 다른 표정과 생각으로 서있는 입구를 통과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직원은 유러화보다는 슬로베니아 화폐로 바꾸어 줄 것을 요청했다.

1층은 주로 돌에 새겨진 문자와 사각형 비석 같은 곳에 새긴 조각, 문자, 벽면에 새긴 부조 등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은 화석과 동식물, 파충류, 고기, 뱀, 새, 들짐승, 조개류, 곤충, 목재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른 전시실에는 성화와 초상화 등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특히 17세기 초상화는 사진을 찍어 놓은 것 같은 정밀화가 인상적이다.

슬로베니아의 만찬장에 쓰는 바이올린과 기타 비슷한 유형의 전통악기들과 그릇, 잔, 도자기 등이 식탁에 놓여있어 당시의 소박한 연회장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선율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향수가 안개처럼 창가를 스며들고 있다.

왼손에 책을 들고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프레세렌 청동 동상.
역사유물들은 지금 닫고 있어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박물관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우리의 시립박물관 수준 정도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키가 크고 날씬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 눈에 많이 띈다. 두 명의 직원과 얘기를 나누었는데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고 한국의 축구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오후 1시에 박물관 잔디밭에 혼자 앉아 아침에 호텔에서 가져온 빵과 과일로 점심을 먹었다. 아름드리나무 그늘 잔디밭 아래서 초승달 모양의 햄버거 빵과 바나나, 자두, 달걀 하나씩으로 풍요로운 한낮의 정찬을 즐겼다.

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혼자 먼 이국땅에서 만찬을 즐기는 기분도 퍽 이색적이다. 느긋한 포만감을 안겨주는 넉넉한 즐거움이 나무 그늘 속을 퍼지고 있다. 점심을 마치고 1시 30분 쯤 의회광장(Congress Square)을 지났다. 도심 한가운데 류블리아니카 하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5분 거리정도에 있는 프레세렌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어제 저녁 피자를 먹던 골목 부근이다.

왼손에 책을 들고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프레세렌(France Preseren)의 청동 동상과 류블리아니카 하천 주변의 발코니와 여러 개의 다리가 연결되어 통행인들이 많이 다니는 중심광장을 이루고 있다.
중세풍의 슬로베니아 도시풍경.

프레세렌 청동 동상 주변 광장 이뤄

프레세렌 광장 주변을 중심으로 고전주의 건축물들이 밀집되어 있고 이곳 주변의 19세기 건물들을 거닐다 보면 좁은 골목 가운데 탁자와 의자를 놓고 파라솔을 펼쳐 차와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팔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노상에 음식점을 차리고 파는 모습은 동구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우리의 포장마차와는 다른 느낌과 규모이다. 주변의 골목이나 언덕길에는 돌을 네모지게 작게 쪼개어서 땅에 박아 길을 만든 것이 퍽 인상적이다. 알프스에서 이태리로 넘어가던 고대 로마의 길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도로 문화가 유럽 곳곳에 스며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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