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들을 하고 계십니까
무엇들을 하고 계십니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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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교의 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김 익 교 <전 언론인>

아침 일찍 밭을 돌아봤습니다. 길쭉길쭉하게 잔뜩 매달린 고추들이 땅을 찌를듯 기세가 등등하고 엄지손가락 만한 가지들이 열심히 키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채만한 호박잎이 넝쿨을 따라 세력을 넓혀가는가 하면 줄기 마디가 대나무 같은 옥수수대는 키를 넘으며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감자도 캘 때가 돼서 잎이 누렇게 변해 갑니다. 여름이 한복판을 향하면서 농작물들이 결실을 위한 왕성한 성장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전부터 참깨모를 보식한다고 비올때만 기다리던 아내가 밭에 들어갈 엄두를 못냅니다. 최근 계속된 비로 고랑이 질척거리기 때문이지요.

손녀 보경이가 비가 와서 그런지 꾸무럭거리다가 통학버스를 놓쳐 데려다주고 오자마자 점심에 만나자는 친구의 전화가 왔습니다. 이래저래 오늘은 쉬어야겠습니다.

장마철인데도 검푸른 숲속에서 멧비둘기, 뻐꾸기가 웁니다. 가끔씩 꿩도 비명을 지르고 고라니소리도 들립니다. 이럴 때면 마음이 느긋해지면서 꼼짝도 하기 싫어집니다. 그렇다고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득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다만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하면 이 평화가 깨지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요즘처럼 날씨가 안 좋으면 농촌에서 할일이 없을 것 같아 만나자고 했다"는 고마운 친구들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와 다시 편지를 씁니다.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여건도 평범한 도시의 중산층인 50대 가장인 이 친구들과 두어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편안한 만남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대화의 골자는 현재 시국에 관한 것이었고 "빨리 수습이 돼 사회분위기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걱정들을 많이 했습니다. 또 "이 난국을 넘어간다 해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우려들을 했습니다. 막연히 불안하다는 것이지요.

순수한 촛불이 들불로 변질되면서 논란이 많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되고 국가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농촌에서도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과 사료, 비료 등 농자재값에 불평이 높아지면서 농민들도 답답해 하고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살림을 꾸려가는 지도자들에게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도대체 무엇들을 하시길래 이 혼란이 멈추지를 않습니까" 아직 침묵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잔뜩 벼르면서 묻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를 얻어도 법도를 지키고 반대하는 자의 의견에 귀를 열고, 백성들의 비위만을 맞추려 들지말고, 우유부단하지 않고 결단해야될 때 단호하게 옳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를 이상적인 지도자라고 하신 선현들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언제라도 비가 올듯 잔뜩 일그러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곧 맑은날이 오겠지요. 장마철입니다. 식중독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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