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 문백전선 이상있다
244.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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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59>
글 리징 이 상 훈

"여보! 감춰놓은 금화 보따리를 어서 내게 돌려주오"

매성의 아내가 요런 달콤한 공상에 젖어 저 혼자 마냥 즐거워하고 있을 때, 평기의 처에게도 이런 사실이 즉각 보고되었다. 매성 대신의 처와 평기 대신의 처 두 사람을 각각 중심으로 하여 병천국내 고관 부인네들이 양 편으로 갈라 어느 편이 더 '맛있는 순대'를 만드는가 하는 시합을 머잖아 왕 내외 두 분 앞에서 벌이게 될 거라는 사실!

평기의 처는 이것이 왕 내외분이 보는 앞에서 행하는 것인지라 친선이고 뭐고를 떠나서 일단 이겨놓고 봐야만 할 일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그녀가 상대로 해야 할 사람이 매성의 처 '배방'이라면 만사를 젖혀두고라도 반드시 꼭 이겨야만 하지 않겠는가

'으음. 좋았어! 내가 이번 기회에 아주 맛있고 볼품 있는 순대 요리를 만들어서 왕 내외분께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싸가지 없는 저 뚱보 여편네의 기를 완전히 꺾어놔 버려야지!'

평기의 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모종의 결심을 굳히려는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보았다. 그런데 평기 처는 이제까지 순대 요리를 사 먹거나 주방에서 일하는 하녀들에게 명령하여 만들기만 해봤지 실제 자기 손으로 돼지 창자를 만져가며 순대 요리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평기의 처는 순대 속을 채울 때에 돼지 생창자 속에 집어넣는 건지 아니면 이미 푹 삶아놓은 돼지 창자 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건지 조차도 몰랐다. 물론 자기를 도와줄 고관 부인네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중요한 시합에 임하기 전에는 자신이 손으로 순대를 만져라도 봐야할 것이 아닌가 이때 눈치 빠른 늙은 하녀가 재빨리 그녀에게 조언을 했다.

"제가 듣기로 왕비님께서는 옛날 부모님과 함께 순대 장사를 하셨던 분들을 고향에서 특별히 데려다가 그들로부터 순대 요리 만드는 비법을 손수 배우신다고 하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그 분들을 모셔와 왕비님이 배우시는 것과 똑같은 가르침을 받는다면 이보다 더 훌륭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당장 그 분들을 모셔 오너라! 순대 요리 가르침에 대한 대가는 내가 얼마든지 지불할 터이니 아무 걱정 말고 그분들을 냉큼 모셔 오너라!"

평기의 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늙은 하녀에게 말했다.

한편, 집에 들른 염치는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당신이 내가 감춰놓은 금화 보따리들을 따로 치웠지"

"."

"여보! 지금 사정이 매우 급하오! 어서 내게 돌려주오. 그게 꼭 필요하오."

"."

그러나 염치의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잠자코 꽃밭에 물을 주는 일만 계속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여보! 내 말이 들리지 않아요 빨리! 지금 한시가 급해요!"

"어머머! 혹시 어디 아프세요 금화 보따리라니 생뚱맞게 웬 금화보따리를 찾고 그래요"

아내가 화를 벌컥 내며 몸을 홱 돌리더니 자기 남편 염치를 무섭게 내리 쪼아 보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아내의 이런 모습만 보고도 찔끔해서 강아지가 꼬리 내리듯 슬그머니 물러서고 말 염치였지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몹시도 절박한 지라 다시 용기를 내어 똑바로 아내 눈을 올려 쳐다보며 염치가 다시 말했다.

"여보! 그 금화 보따리를 어서 빨리 내주어야 하오. 지금 그것이 없으면 우리 가족의 목숨이 위태롭게 될는지도 모르오."

"어머머! 갑자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시지 금화보따리라니 당신이 내게 그런 걸 한 번이라도 줘 보시고서 지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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