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천연기념물 제334호
7.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천연기념물 제334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0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섬 자체가 살아 숨쉬는 거대 생명체

충남 태안군에 있는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는 무인도로 '알섬' 또는 '갈매기섬'이라고 부른다.

섬의 면적은 4만7603㎡며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되어 있다. 5월부터 6월까지 괭이갈매기 산란기로 이때면 난도에 약 1만5000마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며 암컷 한 마리가 2∼3개의 알을 낳는다.

'나오야 나오야' 하고 우는 소리가 마치 고양이 같다 하여 '바다의 고양이' 괭이갈매기라 부른다.

면적 4만7603㎡ 1만5000여마리 집단서식

해마다 5∼6월 산란기 맞아 2∼3개 알 낳아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무인도.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 번식지. 천혜의 자연 절경. 출입제한구역. 듣기만 해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태안 난도는 길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환상적 이미지를 안겨 줬다.

들뜬 마음으로 난도를 찾아 나선 날은 예측하기 힘든 바다 날씨를 감안해 새벽부터 나섰다. 3시간을 걸려 아침 7시에 도착한 태안군 근흥면 선착장은 그러나 운무로 가득 차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운무가 걷히길 기다리다 난도로 출발했지만 배는 점점 더 깊은 운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했다. 물보라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1시간 이상을 달렸어도 바다는 좀처럼 앞을 드러내지 않았다.

뿌연 바다가 마치 흰 암벽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바다 한가운데가 찢겨 나가는 듯한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공포와 전율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뿌연 베일 속으로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떼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이내 하늘을 하얗게 뒤덮었다.

섬의 절반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괭이갈매기들이 점령한 난도는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수직으로 된 절벽을 품고 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산란기의 괭이갈매기는 사람이 오면 도망가지 않고 부리로 쪼니까 조심하라"는 선장의 말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운무는 발길에 조금씩 길을 내어주었고, 동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이행해온 듯한 장면들은 요새처럼 생긴 난도를 오르면서도 계속 연출되었다.

침입자를 경계하는 괭이갈매기들의 울음 속에 몇 걸음 옮겼을까, 암벽 사이사이에서 알과 부화한 새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작은 소리에도 풀숲에 고개 먼저 들이미는 어린 새끼도 보이고, 둥지에서 막 알을 깨고 나와 붉은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낸 것도 보였다.

푹신한 둥지에서 부화를 기다리는 알도 보이고, 둥지를 벗어나 다른 괭이갈매기의 공격을 받고 머리에 피를 흘리는 새끼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가 하면 태어나 한 번 날지도 못한 채 죽은 새끼들이 섬 정상으로 이어진 길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목격되었다. 이렇게 생존을 위한 사투는 삶과 죽음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어린 새끼들을 관찰하는 동안 엄마 괭이갈매기는 낯선 이방인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소리로도 안 되면 날개를 퍼덕여 위협을 주기도 하고, 분비물로 공격하다 부리로 공격해 왔다. 침입자에 대해 집단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산란 터를 지키고 있는 괭이갈매기의 본능을 보며 처음 섬에서 느꼈던 자연의 저항은 생명을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저항이었음을 느끼게 했다. 사람의 잣대에서 무인도였지 '알을 낳는 섬' 난도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이렇게 난도는 단지 천연기념물로의 문화유산이 아닌, 어쩌면 사람의 간섭이 없는 자연의 세계, 자연이 그야말로 자연인 그런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섬에서 빠져나오자 4차원의 미지의 세계처럼 난도는 또다시 운무 속으로 사라졌다.

◈ 갯벌 많은 서해안 '번식 최적지'

인터뷰 / 김인규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부소장

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천연기념물 괭이갈매기 번식지 난도에 대해 괭이갈매기의 번식실태와 번식지 조사, 그리고 번식지 보존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기획취재팀이 난도를 찾은 지난 12일에도 김인규(사진) 부소장을 포함한 4명의 연구원들이 알의 부화율과 번식율, 식물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김인규 부소장은 "우리나라에 10여군데 번식지가 있지만 그 중 서해안의 난도는 사람의 접근이 없는 무인도로 사람외에 천적이 없어 괭이갈매기들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서해안은 갯벌이 많고 인근에 어촌이 형성되어 있어 괭이갈매기가 먹이 활동하기에 유리하다"며 "평상시는 인근해안에서 서식하다 번식기엔 난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괭이갈매기의 번식실태에 대해서는 "섬 면적과 유관관찰 등으로 약 15000마리의 괭이갈매기가 난도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난도에 개체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번식지 내에 천척이 없고 사람 손이 미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유해요소가 없어 부화율이 80%에 이른다"고 전했다.

난도는 괭이갈매기들이 번식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췄지만 보존 방안이 필요하다는 김 부소장은 "괭이갈매기들의 번식지에는 사초과 식물이 필요하다"며 "배설물로 사라지는 사초를 관리하고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서해안 기름유출 영향으로 아직도 기름이 묻어있는 괭이갈매기가 눈에 띈다"며 "다행히 난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인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천연기념물 번식지와 자연을 보호해야 된다."고 말했다.

<연숙자기자·생태교육연구소 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