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문백전선 이상있다
243.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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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58>
글 리징 이 상 훈

'이거 큰일 났네! 혹시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장산은 아내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 그럼. 당신 혹시 우리 집문서며 땅문서들을 몽땅 다."

장산은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의 불길한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적중되고 말았다.

"아 그야 물론이지요. 그 사람들이 우리 집 뭐를 믿고 그런 큰돈을 빌려주겠어요 그거라도 잡아놔야지 안심을 하고."

"뭐야 아니 이 여편네가 도대체 정신이 있나 없나. 환장을 하지 않고서야."

장산은 장차 들어올 금화를 생각하고 미리 큰돈을 빌려 썼다는 아내의 천연덕스런 대답에 너무 화가 나서 한쪽 손을 번쩍 치켜들었지만 슬며시 내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장모와 처남, 처제들의 모습이 별안간 그의 두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이보게!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없는 살림에 우리 애를 무슨 수로 장가보낼까 한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그런 큰 도움을 줬으니. 이제야 내가 한시름을 푹 놨네."

장모가 사위 장산의 손을 덥썩 잡아 쥐면서 말했다.

"매형! 고마워요. 죽는 날까지 이 고마운 은혜를 제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형부! 고마워서 이를 어쩌죠"

장모와 처남, 처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이구동성으로 저마다 고맙다는 말을 해대는 통에 장산은 완전히 얼이 빠져나갈 지경이었다.

'하, 이거 큰일 났구나! 만에 하나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아, 아니지. 다른 사람도 아닌 염치 어르신께서 약속하신 일이니 틀림없이 잘 될 거야. 아암. 걱정 없고말고..'

장산은 스스로 이렇게 위로해 보며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였지만 그러나 놀란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 다리가 저절로 후들후들 떨리는 것만큼은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염치가 아우내왕의 명령에 의해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고관 부인네들의 먹거리 행사를 주관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매성과 평기는 물론 그의 심복들 모두 깜짝 놀랐다. 더욱이 매성의 처 배방과 평기의 처를 각각 중심으로 하여 병천국내 고관 부인네들을 두 편으로 나눠가지고 어느 쪽이 더 맛있는 순대를 만드는가 하는 시합까지 벌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은 이들을 크게 경악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러잖아도 사이가 좋지 않은 매성의 아내와 평기의 아내가 이일을 계기로 하여 사이가 더욱더 멀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기 아내들의 신통치 않은 요리 솜씨가 자칫하단 적나라하게 공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 은근히 기뻐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실제 당사자인 매성의 뚱뚱한 아내 배방이었다.

'으흐흐. 가만히 참고 기다렸더니만 요런 좋은 기회가 이제야 내게 굴러들어 왔구먼!'

배방은 회심의 미소를 크게 지었다. 지금 그녀의 생각은 대강 이러했다.

만약 자신과 평기의 처를 중심으로 하여 고관 부인네들을 두 편으로 갈라 맛있는 순대 만드는 시합을 벌인다면 이제까지 관례로 보아 이에 대한 예행연습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때 연습 삼아 만들어 본 순대를 각자 상대편에게 먹여보고 감상을 들어보도록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때 내가 특기를 살려가지고 아주 더럽게 만든 순대를 평기 처에게 억지로 맛보게 해야지. 아! 내게 있어 이것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 어디 또 있나

갖고 있는 기본 싸가지라고는 쥐방울만한 자기 몸집 크기만도 못한 년! 너 이제 나한테 제대로 당해봐라.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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