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 문백전선 이상있다
23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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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53>
글 리징 이 상 훈

"내가 맡은 일이 잘 되어서 금화 서너개를 얻게 되었소"

원래 장산의 아내는 친정식구들을 몰래 보살펴 주느라 남편에게 찍 눌린 채 살아가고 있는 처지였다. 친정집 형편이 워낙 어렵다보니 맏딸인 자기가 어쩔 수 없이 남편 몰래 최소한의 생활비를 대줘야만 했고, 심지어 시집가서 지지리 못사는 여동생들까지도 일일이 신경 쓰고 이것저것 챙겨주다 보니 자기 생활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고 경제적으로도 몹시 빠듯한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어떻게 그녀가 사사건건 남편 눈치를 보지 않고 떳떳이 지낼 수 있겠는가!

"아, 그야 당연한 것 아니오 뭐가 필요한지 물어가지고 당신이 알아서 해주구려."

"어머머! 여보! 그런 식으로 너무 막연하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요 그럼 제 동생이 장가가서 살림할만한 집이 당장 필요하니 우리가 집 한채라도 사주자는 말씀인가요"

"어허! 집 한 채가 필요하다면 사주면 될 거 아니오"

"어머머! 당신 지금 정신이 있는 거예요 장가 가는 처남한테 집 한채를 사주겠다니 저랑 농담하자는 건가요 아니면 비아냥거리시는 건가요 내가 평소 친정에 신경을 좀 썼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비꼬아서 제게 말씀을 하셔야만 당신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장산의 아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듯 발끈 성을 내며 장산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집이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소 내 금화 두개를 냉큼 줄 것이니 당신이 알아서 하시구려."

"네 금, 금화 두개요 아니, 이 양반이 살짝 맛이 가버렸나 뜬금없이 금화 두개라니요 그런 귀한 게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답디까"

장산의 아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치뜨면서 다시 물었다.

"으음.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상당히 뭐한 감이 좀 있긴 하다만, 그러나 부인! 남편인 나를 믿어주구려. 내가 요즘 모종의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것이 잘 진행되는 바람에 그 상금으로 자그마치 금화 서너개를 거저 얻게 되었소이다."

"어머머!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이유 그럼 당신이 혹시 나쁜 일로 뇌물을"

장산의 아내가 크게 겁먹은 얼굴로 덜덜 떨며 물었다.

"어허! 걱정 마시오. 나쁜 짓이 절대 아니니. 여보! 이제야 내게 대박이 터지려나 보오."

"글쎄요. 당신이 하시는 말씀이 뭐가 뭔지 도무지 저는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대체 그 금화는 언제 들어온다는 거예요 혹시 지금 갖고 계시나요"

"아니, 지금 내게 없지만 내일 이맘때쯤이면 틀림없이 내 손바닥 위에서 다섯개의 금화가 반짝반짝 예쁘게 빛을 내고 있을 거요."

"호호. 참 다행이네요. 그럼 내일 저녁에 그렇게 꼭 되도록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해가며 온갖 정성을 다 드려야겠군요."

"어허! 내일까지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 없소! 당신 지금 당장 어디 가서 빚을 얻어오구려. 금화 세개를 주면 하루 이틀 내에 금화 네개로 되갚아주겠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든지 귀가 솔깃해져서 당장 빌려줄 것 아니오"

"어머머! 그, 그렇게까지 무리를 해도 되는 건가요"

"글쎄 아무 염려마시라니까. 그걸로 처남 장가가는 데 보태주고 이제부터 우리 남부럽지 않게 원없이 맘껏 쓰며 살기로 합시다!"

장산과 그의 마누라가 이렇게 희망과 꿈에 부푼 대화를 기분 좋게 나누고 있을 즈음, 집에 도착을 한 염치는 크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자기가 몰래 감춰두었던 금화 꾸러미들이 감쪽같이 모두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이게 어디로 갔어 혹시 마누라가 이걸 모두 꺼내어 짐짝 속에 처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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