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15조원'이라는 '마술'
'투자유치 15조원'이라는 '마술'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6.12 0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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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출범 3년을 앞두고 있는 정우택 지사의 충북도정은 경제특별도 추진과 15조원 규모의 기업유치로 상징된다.

경제분야에 올인하다시피한 결과로 얻어진 투자유치 15조원은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고 긍정적이라 평가하는게 객관적일 수 있다.

하이닉스 청주공장 유치를 필두로 음성에 최근 조성된 현대중공업 솔라셀공장 유치 등 괄목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만은 틀림없다. 행정을 계량화하긴 어렵지만 기업체 투자규모는 곧바로 수치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지표로 삼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경제규모와 인구 심지어 사건발생, 형사재판 건수까지 전국 3%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충북의 도세를 고려할 경우 15조원이라는 수치가 지니는 상징성은 크다 할 수 있다.

충북개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이 최근 발표한 민선 4기 경제지표는 상당부분 이를 뒷받침한다. 2005년 말 148만8803명이었던 충북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50만6608명으로 조사돼 2년 사이 1만7805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슷한 규모의 전북이 같은기간 -1.2%, 전남이 -1.9%, 경북이 -0.3%, 강원이 -0.6%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충북은 1.2%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재정증가율이나 경제활동의 바로미터가 되는 산업생산지수 역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적어도 인구증가율은 피부에 와 닿은 수치로 여겨진다.

'기업유치'란 말이 최근 몇년 사이 일반인들에게 익숙하게 만든 것은 경기도와 손학규 전 지사를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초음파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미국 '지멘스 메디컬'이나 LCD분야 세계 정상급인 네덜란드 'LG 필립스 LCD', 첨단 자동차 부품업체인 미국 델파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굵직굵직한 업체들을 경기도에 이전시키는데 성공하면서 '기업유치'란 단어가 자치단체와 일반인들에게 새롭게 인식됐다.

기업유치 규모를 국내 총생산(GDP) 비중에 견줘 수치화하기도 했던 경기도는 일찌감치 이 분야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경기도의 사례는 많은 자치단체들이 모델로 삼았다. 이를 테면 'ME TOO 마케팅'이 적용된 셈이다.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광역, 기초 가릴 것 없이 전국 자치단체들이 이 분야에 매진 중이고, 충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10조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원자력발전소 원전 4기(1기당 2조5000억원)를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100만 ㎾급 화력발전소는 9개, F-15K(대당 1000억원)전투기는 100대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충북이 유치한 15조원이라는 투자규모는 위에서 제시한 수치를 한참 뛰어 넘는다. 하지만 도민들이 받아 들이는 '15조'에 대한 평가는 과연 어떨까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수치 자체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거나 일각에서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치솟는 물가 탓에 민생경제가 워낙 어려운 지경에 처하다 보니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마저 너그러운 시선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부정적 '팩트'는 금방 확산되지만 긍정적 측면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일반의 성향도 한몫한 것 같다.

민선 4기 정우택 지사 후반기 도정 과제의 한 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충북도정이 '15조원 유치'라는 '자기최면'에서 일찍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부턴 유치한 결과가 이런 저런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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