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내소사 ②
전북 부안군 내소사 ②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2 0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이 있는 송부일의 문화재 돋보기
봉래루 대웅보전

마음속 큰 울림 "너는 무엇을 버렸느냐"


송 부 일
내소사 보리수 앞에는 제멋대로 생긴 자연석 주춧돌 기둥을 올려 만든 늙은 누각이 서 있다. 높았다 낮았다 일정치 않은 돌 윗부분만 다듬어 기둥을 올렸는데 기둥도 돌의 크기 따라 짧았다 길었다한 덤벅기둥을 사용한 봉래루다.

덤벅기둥 봉래루·배흘림기둥 대웅보전

봉래루 밑으로 머리를 숙어 오르면 대웅보전이다. 보물 제291호인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의 다포집으로 높은 자연석 축대 위에 세워진 전각으로 정면 3칸 축면 3칸 단층 팔작지붕으로 배흘림기둥을 하고 있다. 대들보 앞뒤 기둥 위를 고포에 걸쳐 그 위에 동자형 대공을 세워 종량을 받치고 있다.

내소사와 관련된 이야기로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청민선사가 화재로 잃은 대웅전을 중건하기 위해 고심 중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계시가 있었던지 선우라는 시자에게 일주문 밖에 나가면 도편수가 기다릴 테니 모셔오라 하였다. 나가 보니 웬 사람이 일주문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었다. 다음 날 도편수는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오고 재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편수는 이상하게도 기둥을 켜는 것도 서까래 다듬질도 않고 있었다. 그러더니 삼년의 세월을 나무란 나무는 모두 목침만한 크기로 토막을 내어 다듬기만 하였다. 선우는 도편수가 하는 일이 수상하여 골탕을 먹이려고 나무토막 하나를 몰래 감추었다.

그런 어느 날 깎기를 마친 도편수가 나무를 세는데 수십 번을 세고 또 세며 고개를 떨구더니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법당을 지을 인연이 아니라면서 짐을 쌌다.

이에 선사가 왜 지을 수 없느냐고 물으니 목재 하나가 없어져 지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선우는 깜짝 놀라 감췄던 목침을 내놓고 용서를 빌었다.

선사가 사정하여 법당을 다시 짓기 시작했으나 도편수는 부정한 목재는 쓸 수 없다면서 빼놓고 지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내소사의 출목 한 군데가 빠져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연꽃·국화꽃 수놓은 대웅보전 문살

대웅보전 정면 3칸 여덟 짝 문살은 온통 연꽃과 국화꽃으로 수를 놓아 화사한 꽃밭을 이루고 있다. 채색되었지만 비바람에 씻겨 나뭇결만 남아있는데 오히려 하나하나 새기고 판 대웅전을 장식하려한 정성이 돋보인다.

꽃무늬가 간살 위에 떠 있어 안에서 문을 보면 꽃무늬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마름모꼴 문살 그림자가 비쳐든다.

이는 화려하면서도 시끄럽지 않은 내소사의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내소사에는 그밖에 보물들이 내려오는데 조선 태종 때 이 씨 부인이 죽은 남편 유근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글자 한 자를 쓰고 절을 하는 일자일배의 글을 써 공양한 보물 제278호인 법화경 절본 사본 7권이 전해진다.

이 법화경의 사본이 끝나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여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물 제277호 고려 동종 보존

보물 제277호 고려 동종

경내 보종각에 보물 제277호인 고려 동종이 걸려 있다. 동종은 1958년 청림리에 사는 최 씨 문중에서 제각을 세우려고 땅을 파다가 종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발견 당시 이상하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이 두들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종을 쳐서 소리 나는 사람이 가져가기로 하였는데 내소사 스님이 치니 종소리가 나서 내소사로 가져갔다 한다.

이 종은 고려 23대 고종 9년 주조된 것으로 조선 철종 때 내소사 보종각으로 옮겨 지금도 보관 사용하고 있다.

종 위에는 여의주를 희롱하는 용에 종고가 달려있고 종 상대와 하대 사이에 네 개의 유곽과 삼존상이 주조되어 있다.

상하대 모두에 보상화 당초문으로 채워 상대 위에 여의두문과 입화를 장식했다.

유곽 안에는 연주문이 새겨진 네 곳에 가로 세로 세 개씩 아홉 개의 종유를 주조했다. 그리고 유곽과 유곽 사이 삼존불이 양각되어 있는데 연화대 위에 선정인을 한 본존불이 안치되고 좌우 원형 대 위에 합장을 한 보살들이 서 있다.

이 삼존상에 나부끼듯 몇 줄의 양각선이 새겨져 있으며 그 위에 보개가 떠 날리고 유곽 아래는 연화문을 넣은 당좌가 장식되어 있다. 종은 높이 1.3m 직경 67Cm로 전형적인 전통 고려 후기의 종이다.

산사에 울리는 진리의 범종 소리

이 범종 소리를 듣고파 기다리다, 앞을 보니 봉래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내소사를 금계가 알을 품듯이 서 있다. 불가에서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미 새가 알을 품어서 부화할 때가 되면 새끼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하는 것을 "줄" 이라 한다.

알을 품고 기다리던 어미 새가 이를 느끼고 탁탁 쪼아 부화를 돕는다. 이를 탁이라 한다. 이는 불교의 근본 교리이며 사상 인연의 선 불교적인 표현이다. 내소사는 구름 속 선경이다. 인이 산에 오르면 선이요, 또한 무량 광전 범종 소리는 하늘의 소리다.

내소사의 범종이 울린다.

여기에 마음을 합장하니 경내가 온통 일승원음 하늘에 진리의 주악이며 연주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