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문백전선 이상있다
23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1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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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51>
글 리징 이 상 훈

"누군가 나 염치를 모함하려고 노력하는게 분명해"

"아니. 그 그럼."

"실은 여차여차하여."

장산은 자신이 수신왕비와 나눴던 대화 내용을 하나도 숨김없이 염치에게 말해주었다. 염치의 조그만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기 보다는 숨을 쉬고 움직인다 뿐이지 거의 죽은 사람의 얼굴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수신 왕비님은 제가 냉정히 살펴보건대 변덕이 매우 심하고 게다가 잔인한 면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좋은 말로 달래놓았지만 그 성격이 언제 어느 때 돌변할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늘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시기보다는 차라리 멀리 떠나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온양과 탕정 어른처럼 말입니다."

장산은 염치의 눈치를 살피면서 결론을 내리듯 이렇게 다시 말했다.

"허허. 그거 참! 결국 내가 개 쫓기듯이 비참하게 병천 땅을 떠나야 한다니."

염치는 아쉬운 듯 빈 입맛을 쩝쩝 다시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장산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혹시 나 염치를 고의로 음해하려는 자들은 없던가"

"그건. 저로서는 알 수가 없사옵니다."

그러자 염치는 거칠게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몇 해 전부터 나에게 계속 이런 이상한 일들이 줄지어 생기는 걸 보면 분명 어느 누군가가 나 염치를 모함하고자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이상한 소문이 항간에 나돌 수가 있겠는가! 장산! 수고를 해주는 김에 어느 누가 나를 전적으로 모함하고 있는지를 알아봐 주게나."

"알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일을 전적으로 도맡아서 알아봐 줄만한 사람이 있을까"

"글쎄요. 으음. 아, 마땅한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이 '대정'이라고."

"대정"

"네. 저랑 술친구인데 사람이 소탈한 게 인간성도 아주 좋아 요즘 제가 무슨 일이든 솔직히 까놓고 지내는 중입니다."

"좋아! 그럼 자네가 그 친구에게 그 일을 넌지시 맡겨보게나. 나 염치를 도대체 누가 모함하고 다니는지를. 내가 이

병천국을 당장 떠날 때 떠나더라도 대관절 어느 누구의 농간 때문인지는 알아야만 할 것이 아닌가"

"잘 알았습니다."

"자, 이건 자금으로 쓰게나."

염치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소매춤 속에 손을 쑥 집어넣어 보았지만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너무 급한 마음으로 이곳에 달려왔기에 염치는 미처 은전꾸러미를 준비해 갖고 오지 못한 것이었다.

"미안허이. 내가 돈 꾸러미를 가져온 줄로 착각을 하고."

염치는 몹시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소매 속에 집어넣었던 손을 다시 꺼냈다.

"아, 괜찮습니다. 대정이와 저와는 금전 따위로 얽매있는 그런 세속적인 사이가 아닙니다."

"그럼 자네 돈으로 그 친구를 일단 구워삶아 놓게나. 내 적어도 내일 이맘 때쯤 자네에게 배 이상 건네줄 것이니."

"하하. 염려 마십시오. 제가 이런 기회에 어르신에 대해 은혜를 갚지 못한다면 언제 어느 때를 또 기다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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