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 숨겨진 비밀
기름값에 숨겨진 비밀
  • 최윤호 기자
  • 승인 2008.06.10 0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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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최 윤 호 부장 <충주>

지난 4일 대구에서 관광버스에 등유를 주유한 50대 석유판매업자가 입건됐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경유가 급등으로 운행에 부담을 느낀 관광버스 운전기사로부터 등유를 넣어달라는 연락이 오면 직접 차고지로 가서 주유해 줬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휘발유와 경유값의 비율을 애당초 정부가 약속한대로 100대 85로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유에 붙는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ℓ당 331.65원이고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에 해당하는 교육세와 27%에 해당하는 주행세가 더 붙는다. 이렇게 계산하면 세금이 470원 가량 된다. 이에 비해 보통휘발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ℓ당 472.0원으로 경유에 비해 많이 붙어 교육세, 주행세 등을 더하면 670원 가량이 되고 이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부과되니 세액은 더 높아진다.

재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은 여전히 경유가 휘발유에 비해 세금차원에서는 ℓ당 200원 가량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휘발유에 비해 싸게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 더 깎아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정부는 1,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경유에 붙는 세금을 단계적으로 올려왔다. 그리고 지난해 7월에는 휘발유와 경유, LPG의 소비자가격 수준을 100:85:50으로 조정했다. 휘발유가격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던 경유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에 형평에 맞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후 국제 경유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 비율은 이미 넘어선 상태다.

정부의 기름값 정책은 2001년의 유가자율화 정책에 근거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맘대로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국제 기름 값이 인상되면 즉시 국내 시판가격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국제시세가 인상되어 그 기름값이 국내 판매에 반영되려면 원유 운반과 정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최소한 몇개월이 지나야 가능한데도 국제유가 인상을 핑계로 국내 판매가를 즉시 인상하여 폭리를 취해왔던 것이다. 이 제도가 유가 자율화의 명분으로 지난 7년 동안 운영돼온 것은 산자부와 정치권, 언론들이 국민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유사의 폭리를 방조해 왔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정유 4사는 4조3천억원의 폭리를 취했고 정부는 26조원이 넘는 세금을 거둬 들였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잘못된 기름값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정유 4사의 폭리구조를 보장해줄 것인지 아니면 국민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생활안정을 위한다면 정부당국은 우선 정유 4사 독점체제의 폭리를 보장해온 이른바 유가 자율화제도를 폐지하고 가격고시제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로 최고가를 고시하기 위해서는 원유도입가를 포함해 정유회사의 공장도가격의 원가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도입 당시의 원유가격에 정제과정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합해서 공장도가격이 정해지는 것인데 그동안 정유회사들은 정제과정에서 원가절감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유가 인상의 부담을 국내 소비자에게만 떠 넘겨왔던 것이다. 공장도가격은 영업비밀이 아니므로 공개해야 하고 그 원가구성도 따져보아야 한다.

석유사업법 23조에 규정돼 있는 최고가 고시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지식경제부의 직무유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주유 중 엔진정지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그것 만이 처방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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