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자들의 호국보훈의 달
고엽제 피해자들의 호국보훈의 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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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용 근 <고엽제전우회 충북지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등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호국용사들의 혼이 서려 있다. 나라가 위급할 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겨 보자는 의미로 해마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하고 기념한다. 또한 그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 국가유공자 관련법안 및 제도 등 국가보훈정책들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보훈가족들도 있다. 그러나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고엽제 후유의증으로 갖가지 장애를 겪고있는 대부분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국가유공자 대우도 받지 못하고 불우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각종 암과 질병에 시달리고 오랜 투병생활 끝에 자살을 하는 전우들도 있다. 또한 각종 질병으로 가산을 모두 날리고 가족들에게 짐이 된 채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전우들 또한 적지 않다. 이미 사망한 고엽제 후유증환자들의 자녀중에도 고엽제 2세환자 판정을 받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1967년 청룡부대 일원으로 월남전에 파병되어 치렀던 '구정공세'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참담한 것인가를 알게했다. 서로 믿고 의지하던 전우들이 내 앞에서 수없이 전사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기라도 하면 온몸이 진저리쳐지고 소름이 끼친다.

나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한 암투병 중이다. 단 30여분 정도를 서있을 기력이 없으며 한두시간 정도를 바로 앉아 있기가 버겁다. 이런 증상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우울감, 감정 불균형, 불면증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전우들이 해가 지날수록 배가된다. 보훈청에 신고된 고엽제 후유증 또는 후유의증 환자들 중 60%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미국 고엽제환자들은 전쟁수행중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실만 있어도 포괄적 의료지원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도 고엽제환자 우울증(보훈대상인)을 고엽제 질환에 포함시켜 당연히 전상자로 예우해야 마땅하다. 우리의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고엽제후유의증'과 '후유의 중'으로 분류하고 또 다시 등외, 경도, 고도란 이름을 붙여 수당이란 명목으로 조금씩 생활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을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본인이 사망하면 그 보조금마저도 끊기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애가 타고 안타까울 뿐이다. 당시 월남참전 용사들은 그들의 젊음과 자신의 생 전부를 국가를 위해 바쳤고 안락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그 후손들에게 바쳤다. 그러나 우리의 조국과 그 후손들은 그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보상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6월, 보훈의 달이다. 이맘때면 순국한 분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거행된다. 그러나 부상자들과 고엽제 환자들 또 그 가족들의 노고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분들에 대한 예우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유수호와 경제부흥을 위해 우리 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이유와 국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피를 흘렸는지도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바로 알려야 한다. 그리하여 그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코 그분들의 고귀한 숨결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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