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가 화(禍) 불렀다
말 바꾸기가 화(禍) 불렀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8.06.05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넘긴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여론에 직면했다. 현 정부가 이렇게 코너에 몰리게 된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은 단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리사회 소통의 민주화가 위기에 처한 것도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중 하나다. 진정한 국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면 정부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비판 언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곧바로 정부가 고시 강행을 시사하는 바람에 국민의 불신은 절정에 달한 상태다. 정부는 국민의 염려를 덜기 위해 깊이 고민했다고 하지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언급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 내용은 처음 입법 예고된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재협상만이 정부가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해법이 된 셈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지금이 바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소통의 민주화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과 실용정부의 말 바꾸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한다고 했다가 안한다고 했다가, 재정으로 한다, 민자로 한다며 말이 왔다갔다 했다. 물류를 위해 건설한다더니 관광과 환경으로 말을 바꿨다. 이제는 운하라는 말을 숨기고 치수라는 말로 호도한다. 여론을 듣는다면서도 귀를 틀어막고 말 바꾸기를 능사로 안다. 틀림없는 사실은 물밑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대선에서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많은 국민이 환경재앙이 두려워 반대했다. 집권세력이 그 사실을 너무 잘 아니까 총선 공약집에서 이것을 뺐을 것이다.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 업무보고에도 그 내용은 한 줄도 들어있지 않았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한반도 대운하가 표를 떨어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가 내년 4월 착공한다는 방침 아래 국토해양부에 '운하준비사업단'을 비밀리에 가동하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말썽이 나자 해체하더니 또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그 비밀조직에서 타당성을 연구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3일 양심선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지 않은가.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건설계획이라는 것이다.

다시 쇠고기 수입문제로 거슬러 가보자.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원칙을 팽개치고 말을 뒤집었다. 그래도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또 말을 바꿨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정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국민과 거리만 더 벌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번 쇠고기 파문은 처음부터 오락가락한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혁신도시 건도 마찬가지 아닌가.

정권교체시기에 인수위는 노무현 전 정부가 수립했던 혁신도시는 변경하지 않겠다고 발표를 해놓고도 총선직후 말을 바꾸지 않았는가. 부동산 정책에서도 정부의 말 바꾸기는 계속됐다.

정부와 이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예로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국민이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는가. 이젠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거짓말에 속았기 때문이다.

장관 몇명 교체하고 대사면해준다고 해서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는 민심을 잡지 못한다. 그보다는 선행돼야 할 것은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일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