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문백전선 이상있다
231.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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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46>
글 리징 이 상 훈

"이번 일을 자네에게 맡길테니 알아서 잘 해보게나"

대정의 말을 듣고 난 매성은 얼굴이 대번에 흙빛으로 변했다. 매성 자신을 비롯하여 평기 그리고 가암, 봉항, 용두 등등은 이런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할 줄로 알았지 설마하니 이런 의외의 변수가 숨어있을 줄은 아예 상상조차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럼. 자네가 장산을 술자리에서 만나 이런 얘기를 던져봤자 말짱 헛일이겠구먼."

"물론입니다. 제가 술자리에서 장산에게 그런 말을 넌지시 던져본댔자 오히려 사람 속만 빤히 들여다보이는 짓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으으음. 그, 그럼, 이걸 어쩐다"

매성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설래 설래 흔들어댔다.

"그러나 이에대한 묘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정이 침착하게 다시 말했다.

"뭐라고 묘책 그거 어서 말해보게나."

"우리가 목표로 하는 대상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여자입지요. 그러니까 그런 여자 수준에 잘 맞춰서 일을 꾸미신다면 적잖은 효과를 보게 되리라 저는 생각하옵니다."

"허 그래 그럼 어떻게 일을 꾸민단 말인가"

매성은 환히 밝아진 얼굴로 대정에게 다음 말을 재촉했다.

"수신 왕비님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자들의 숫자는 불과 열 손가락에도 못 미친다고 저는 장산에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들의 귀에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헛소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겁니다. 원래 사람들은 한두 다리 거쳐서 남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 소문보다도 자기가 직접 듣거나 알아낸 소문을 더욱더 신용하는 법이지요. 수신 왕비님의 친동생인 신풍, 그리고 성남 왕자님을 모시고 있는 유모(乳母) 봉양, 신덕 등에게 그런 소문이 알려지게 된다면 이번 일은 거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 으음음."

매성은 고개를 잠시 끄덕거리기다가 이윽고 모종의 결심을 한 듯 아랫입술을 질끈 한 번 깨물고는 준비해둔 금화 꾸러미를 대정에게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이번 일을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겨볼 것이니 이걸 가지고 알아서 잘 해보시게나."

"감사하옵니다. 이렇게까지 저를 믿고 밀어주시니."

대정은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매성에게 넙죽 절을 하고는 금화꾸러미를 고맙게 챙겨가지고 나가버렸다.



"아니, 여보! 당신 미쳤수 꾀죄죄한 인상하며 어눌한 말투로 보아하니 대단한 인물 같지 않던데 뭘 믿고 금화 꾸러미를 건네줘요"

남편 매성이 한 일을 아까부터 몰래 훔쳐보고 있던 그의 아내가 옆방에서 뛰어 들어오더니 벌컥 화를 내며 매성에게 따져 물었다.

"허허! 내가 확실하게 믿을 만한 자이니까 그렇지."

"어머머! 믿을 만한 사람이라니요 이 세상에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거라곤 '금(金)'밖에 없을 진대 그걸 냉큼 건네주고 나면 그 사람은 앞으로 뭐가 더 아쉬울 것이며 우린 대체 뭘 믿으란 말이에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당장 쫓아가서 도로 가져 오도록 해요!"

"여보! 암탉이 울면 재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남자가 하는 일에 여자가 함부로 끼어들면 확실하게 될 일도 안 되는 일이오."

매성은 두 눈을 부라리며 아내 배방을 꾸짖었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이삼 일도 안 되어 매성, 평기 등등이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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