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운명
세종시의 운명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06.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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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부국장 <당진>

세종시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정부는 원점에서 다시 법률안을 만들어 입법예고 절차와 공청회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종자치법이 변질 또는 훼손돼 행정도시 건설 일정의 차질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충청권의 장기발전계획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이 다수였던 17대 국회에서조차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마당에 18대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로 원내에 진입해 여의도의 정치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세종시 운명이 말 그대로 풍전등화다. 여기에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행정수도를 적극 반대했던 최상철 서울대교수가 임명되고 수도권 규제완화가 추진되며 행정도시 자족성을 보완한다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실체가 없는 허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은 혁신도시 재검토와 맞물려 행정도시도 현 정부의 입맛에 맞게 축소 변경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도시라는 명칭보다 세종시를 선호하는 자체가 행정도시의 기능을 변화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로 지적된다. 정부와 충남도는 세종시의 법적지위를 기초단체로 규정, 그 의미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 정치권과 행정관료, 수도권 지자체장 모두가 행복도시 건설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빌미가 주어진다면 행복도시 건설을 좌초시킬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지난달 27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축소 우려와 관련해 "행복도시가 취소되거나 없어질 경우에는 지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 도지사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생명을 걸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직(職)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는 공약이 오랫동안 회자된 바 있다. 지역에 확신을 갖고 정치·행정을 펼치는 인사가 어느 때보다 지금 필요하다.

행정도시건설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여야 모두가 약속한 충청권의 대표적인 공약일 뿐만 아니라 세종시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약속했다. 행정도시 운명이 어디로 갈 것인지 예정지역과 주변지역 주민뿐 아니라 충청인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가 신도시의 개념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행정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더 이상 충청권 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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