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문백전선 이상있다
230.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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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45>
글 리징 이 상 훈

매성은 대정을 불러 자신들의 계략을 말해주는데…

'어머머! 아니, 저 자식이 이번에도 또 빠져나가'

배방은 평기가 녹차 잔을 아예 받아 들지도 않는 걸 보고 속에서 열불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배방은 본의 아니게 금쪽같은 자기 신랑 매성과 애꿎은 남자들에게만 더러운 자기 손발 때가 덕지덕지 묻은 녹두부침개와 개오줌이 섞인 녹차를 먹이고 만 셈이 되었다. 배방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얄미운 저 평기에게 더러운 녹차를 꼭 먹여보려고 했지만 평기는 무슨 위기감 같은 걸 느꼈는지 갑자기 좌우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자, 오늘은 이만 정리를 하고 각자 알아서 흩어지는 것이 좋겠소. 내 항상 강조해서 말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듣고 보고 얘기한 것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할 것이외다. 번거로우니 각자 인사는 생략하기로 하고 자리를 뜹시다!"

평기는 이렇게 말을 마치자마자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바삐 서둘러 나가버렸고 곧이어 봉항과 가암, 용두 등등이 그 뒤를 따라나섰다.

'아니. 저 자식! 에이, 미꾸라지 같은 놈! 더럽고 추잡스러운 놈! 치사하고 쩨쩨한 놈! 내 언제든 기회가 되면 네놈의 아가리 안에다 온갖 오물 딱지를 다 퍼 넣어 주고 말테다!'

배방은 도망치듯 나가는 평기의 뒷모습을 보며 분하고 안타까운지 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날 자정 무렵, 매성은 사람을 보내어 '대정'을 자기 집으로 불러들였다. 대정은 수신 왕비와 가까이 지내는 호위무관 장산의 술친구가 되도록 매성이 진작 심어놓은 자였다.

매성은 몹시 긴장된 얼굴로 찾아온 대정에게 아까 용두가 자신있게 말했던 계략을 대충 일러주고는 이에대한 그의 의견을 솔직히 말해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대정은 자기 맘에 안 드는지 이맛살을 온통 찌푸려가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건 대단히 위험한 방법이옵니다. 무릇 거사(擧事)를 행하고자 할 때에는 성공할 때와 실패할 때를 각각 예상하여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미리 대비해야만 하는데 이건 실패를 할 경우 도저히 빠져나가기가 힘이 든 상황이옵니다"

"으응 실패 아니, 자네는 대체 어떤 면을 보고 이런 일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건가"

매성이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대정을 쳐다보며 물었다.

"제게 말씀해 주신 그 계략이라는 것을 대충 요약해 본다면, 수신 왕비님과 염치 대신의 부인의 사이가 너무 좋으니 두 사람이 더 이상 가깝게 지내지 않도록 아니, 서로 원수지간이 되도록 이상한 소문을 내어 이간질을 시켜보자는 것 아닙니까"

"음. 그렇지."

"그 방법으로는 염치 대신의 부인이 우리 성남 왕자님에 대해 입 뻥끗 조차 하지도 않은 욕을 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려 왕비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자는 것이고요"

"맞네. 바로 그거야."

"대신님! 그런데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망신을 당하거나 억울하게 욕을 얻어먹는 걸 보고서 가만히 참겠습니까"

"허허! 그러니까 우리가 몹시 치사스럽긴 하다만 그런 방법을 써보자는 것 아닌가"

"하지만 대신님! 이런 있을 법한 역효과도 한번쯤 고려해 보셔야지요. 만약 왕비님께서 '염치 대신 아내가 어린 성남 왕자를 비하시키는 욕을 해댄다는 소문'을 어느 누구에게서 들으신다면, 그런 욕을 했다는 염치 대신 부인을 미워하기에 앞서 누가 감히 그따위 말을 함부로 떠들어 댔느냐를 먼저 알아보려 하실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근거 없이 조작된 소문은 그 근원을 따져서 밝혀내기가 의외로 쉬울 수 있으며 어쩌면 모든 것이 금방 들통나버릴 우려마저도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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