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행 기차
<134>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행 기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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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의 오버 더 실크로드
언덕에서 바라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도시 풍경
소박함속 감춰진 도도한 기품의 도시

오후 6시 35분 그라츠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일반 객실을 반 정도 분리해서 떼어내고 열차 칸을 바꾸어 타고 크로아티아로 가게 된다.

비엔나서 454km 거리에 위치한 자그레브

비엔나에서 자그레브까지 454km로 1135리 정도의 거리이다. 10분 정차하여 그라츠역을 출발했다.

식당 칸에서 오무라이스를 시켰다. 빵 3조각에 계란 후라이를 한 오무라이스와 물 한 병에 5 유러이다. 중국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벡 공화국에서 누렸던 값싸고 풍족한 여행은 기대할 수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GNP로 생활지수를 따지는 것이 얼마나 일방적 잣대인지 실감할 수 있다. GNP가 높은 만큼 음식 값도 높아 오히려 상대적 빈곤감을 더 느끼게 만든다.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풍족하고 저렴한 과일 값 덕분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었지만 그리스에서부터 동유럽과 오스트리아에 오기까지 과일 값이 비쌀뿐더러 시장이나 가계에서 조차 다양하고 풍족한 과일들을 만날 수 없었다.

식당칸에서 만난 이디오피아 사라 자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가는 사람은 식당 차 너머 칸으로 옮기라고 해서 또 한번 자리를 옮겼다. 식당 칸에서 뚱뚱한 두 흑인 여성을 만났는데 같은 칸을 타게 되었다. 이디오피아 출신인 두 여성은 서로 자매 사이로 흑인 여성과 같은 좌석에서 여행을 하게 되기는 처음이라 매우 호기심이 일었다. 언니인 사라(Sara)는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동생인 사무라(Samra)는 뚱뚱한 몸매에 과묵한 편이다.

저녁 8시 12분 기차는 프라게르스코(Pragersko)를 통과하고 있다. 심심하던 차에 만난 사라 자매는 여행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라는 이디오피아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하고 산의 고도에 따라 기후가 매우 다양하며 언어도 부족 간에 달라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두 자매는 독일과 체코, 빈을 통해 28일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여행 스타일이 나와 비슷했다. 답사지역의 정보보다는 현지에 도착하여 많이 묻고 차는 거의 타지 않고 오직 걷는다고 한다. 방은 주로 유스호스텔에서 자고 걸으며 매우 재미있게 여행하는데 오늘밤 같이 방을 구하기로 하였다.

뜻밖의 비슷한 여행스타일의 아프리카 여성을 만나 갑자기 여행의 활기를 찾았다. 난생 처음 아프리카 여성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한결 즐거워졌다.

사라의 설명은 차창 가를 스치는 풍경처럼 계속 이어졌다. 이디오피아에는 일본인과 한국사람 들도 많이 진출해 있다고 한다. 이디오피아 도시들은 인터넷과 이동전화와 같은 정보통신 시설들이 발달해 전 세계적으로 E 메일을 주고받는 케뮤니케이션이 발달되어있는데 도시를 벗어난 시골마을이나 소도시는 조금씩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유럽연합처럼 아프리카 연맹이 잘 조직되어 자유로운 무역과 인적교류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사라의 헤어스타일은 머리를 잘게 꼬아서 수백 개의 가닥으로 늘어뜨린 레게머리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데 영어를 잘 구사하였다.
자그레브역 광장의 동상

식민지 시대를 거친 국가들은 오랫동안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통치한 나라의 언어들을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녀는 이디오피아가 영국식민지로 인하여 나라가 여러 개의 국가로 갈라지고 수자원 문제로 인한 인근 국가들과의 미묘한 역학관계를 설명해 주었다. 이디오피아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면서도 모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몇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 아프리카로 답사를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내 몸속에서 조금씩 싹을 돋아나고 있다. 사라 자매를 만나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아프리카에 대한 많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편견의 벽이 두 자매를 만나면서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보다는 KBS의 지구탐험대나 동물의 왕국 등에서 아프리카의 야생 들판이나 원시적인 마을들을 주요 대상으로 방영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떤 고정관념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여행은 세계의 젊은이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의 장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두 자매에게서 느낄 때 그 지역에 갖고 있던 편견의 벽도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녀들을 만난 것은 어둠속에 있던 아프리카 대륙에 한줄기 등불과도 같은 행운의 빛이다.

밤 9시 35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에 도착했다. 밖은 어두워져 있고 낯선 도시의 기차역에서 두 자매와 유스호스텔을 찾았다.

생각보다 훨씬 비싼 크로아티아 물가

기차역 건너 길에서 한 불럭 걸어 좌측으로 난 도로 길옆 유스호스텔이 있었다. 다음날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숙소로 들어갔다. 6인용 도미토리 숙소로 1인당 10유로이다. 생각보다 싼 편이 아니다. 캔 맥주 한 병에 15 Din(1유러에 7.2 Din)이다. 너무 비싸 입이 벌어질 정도이다. 크로아티아 물가는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아침 9시에 유스호스텔을 나왔다. 위의 통증이 가라앉아 다행이다. 체크아웃 하러 프런트에 가니 사라와 사무라 자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저녁 때 스위스로 갈 예정인 것 같다. 스위스 쯔리히 행 기차가 없어 역 건너편 로아이아 버스회사에서 표를 구입했다고 한다. 빵에 야채를 넣은 것으로 셋이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사바강·메드베드니카산 주변 도시 형성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는 파리나 로마나 빈 같은 한 눈에 반할만큼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도시는 아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나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처럼 동유럽 국가의 수도처럼 고풍스런 성과 아름다운 야외 박물관 같은 도시의 규모나 건축물을 가지고 있는 도시도 아니다.

자그레브의 소박하고 기품을 잃지 않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자그리브 역 앞의 왕의 동상

사바강을 끼고 형성된 자그레브는 메드베드니카 산의 남쪽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다.

역 앞엔 말을 탄 왕의 동상 뒤편으로 분수가 솟아오르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 기차역 건너편에 위치한 이 바나 조시파 젤라체이카 광장은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가다듬게 만들었다. 안내지도를 구해 셋이서 도시 구경을 갈 코스를 상의했다. 기차역 안내센터에서 도시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코스를 그린 약도와 간단한 해설서가 곁들인 안내 팜플렛을 구할 수 있어 걸어서 답사하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광장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고 거리의 악사가 클라리넷을 흥겹게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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