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울화증 재발되나
참여정부 울화증 재발되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6.02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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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대한 국민 평가는 냉정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지지도가 급락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보다 더 많은 조사도 등장했다. 언론은 '대통령이 100일만에 이렇게 추락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 해 먹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푸념이 터져나온 것은 당연했지만 이번에는 '나약한 대통령'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까지만 놓고보면 노 전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보다는 행복한 지도자였다. 그는 8개월만에 지지율 20%대 폭락기록을 세웠지만 3개월만에 이 기록을 갈아치운 후임 대통령에게 오명을 물려주며 치욕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취임 한달 후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100일째되는 날까지 50%대는 유지하고 있었다. '공산당 발언'으로 야당으로부터는 하야 요구까지 받았지만 시민들의 물리적 저항에는 봉착하지 않았다. 무능과 독선으로 일관했던 전임 지도자가 신정권의 총체적 난맥을 딛고 평가절상되는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입맛은 쓰디쓰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게 된 결정적 요인은 '쇠고기 파동'이다. 그러나 마무리나 수습은 고사하고 '장관고시'를 기점으로 시위와 진압이 강경 대립하면서 확대국면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앞으로도 불안한 이유다. 광우병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한·미FTA를 밀어붙이자는 이익집단과 대통령을 추종()하는 부동의 보수계층 등 이 대통령이 유권자층에 갖고 있는 기본 지분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추락은 실질적으로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대통령의 리더십 상실을 진저리치며 한차례 겪었었다. 정권의 동력을 떨어트리고 국민에게 자괴감을 안겨 국정 전반을 표류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 재앙이 된다는 점을 절절하게 학습했었다.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대통령이 과연 이런 위기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느냐 아니면 알고도 강수로 일관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포진된 참모들의 면면을 보면 전자의 경우에 무게가 실린다. 재테크에는 일가견들이 있지만 바닥의 민심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서민의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테고 결국 오판을 바탕으로 대통령에게 강경책을 진언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부동산으로 수십억원 모은 것이 무슨 대수라고 도덕성 운운하느냐고 따지고, 의심스러우면 수입쇠고기 대신 한우고기 사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다. 보완책으로 원산지표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하는데서도 그런 인식들이 감지된다. 정황으로 봐서 촛불시위를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해프닝이나 일탈 정도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사태를 예측하고도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여론이 대세인 대운하에 집착하고 쇠고기 논쟁이 국난의 수준으로 치닫는데도 불구하고 '한·미FTA가 경제를 살려줄 구세주'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독선과 아집이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주변의 조언이 무시됐을 가능성도 있다. 무능한 참모들로 둘러싸인 전자의 상황도 한심하지만 후자가 진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참모들이 부실하면 교체하면 되지만 대통령의 소신이 그렇다면 임기내내 나라 곳곳에서 마찰음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쇠고기수입고시 반대시위도 정부의 대처방식에 따라 핵폭탄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드골의 퇴진까지 불러온 프랑스 6·8혁명도 대학생 8명이 베트남전에 반대하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사무실을 습격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작은 사건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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