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문백전선 이상있다
229.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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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44>
글 리징 이 상 훈

'내가 녹두부침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걸 어찌 알았지'?

배방은 평기의 이런 태도에 기분이 나쁜 듯 도끼눈을 잠시 떴다가 이내 낚시 바늘처럼 두 눈을 살짝 구부리면서 코맹맹이 섞인 목소리로 자기 딴엔 무척 애교스럽게 말했다.

"어서 잡수셔요. 제가 알기로 평기 대신님께서는 녹두부침개를 무척 좋아하신다던데."

평기는 배방의 이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흠칫 놀랐다.

'아니, 내가 녹두부침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걸 어찌 알았나 그렇다면 내 마누라가 아까 말해줬던 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평기는 봉항, 가암, 용두 등과 함께 매성의 집으로 가기 직전, 아내가 허겁지겁 찾아와 자기에게 넌지시 일러줬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당신 오늘 저녁 배방이네 집에 가신다는데 제발 먹을 걸 조심하셔야해요. 그 여자(배방)는 생긴대로 놀듯이 온통 짓궂음과 심술로 똘똘 뭉쳐있다고요. 그 여자는 길가다가 우물을 보게 되면 더러운 침을 몰래 뱉던가 하다못해 흙 한 줌이라도 집어서 그 안에 털어넣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나요 나하고 사이가 나쁜 그 여자는 만약 당신이 자기 집에 온다면 내게 앙갚음한답시고 틀립없이 당신한테 먹을 걸로 이상한 장난질을 칠게 뻔하다고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집에 가면 무조건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것이 상책이에요."

"여보! 설마하니 그럴리 있겠소 적어도 병천국의 대신 마누라가 되는 여자인데. 그리고, 오늘 저녁 그 집에 가는 사람들이 나 하나 뿐이 아닐진대 어찌 그런 심술을 부리겠소."

"아무튼 주의를 하셔야한다고요. 당신이 나같이 조그만 여자를 골라서 좋아했듯이 수많은 콩 종류 가운데 유난히 조그만 '녹두'를 좋아한다는 것까지도 그 여자는 미리 조사해 두었다던데 그런 여자가 당신에게 무슨 짓인들 못 저지르겠어요 당신 뱃속에 오만 잡것 쓰레기들로 가득 채워서 돌아오고 싶지 않으시다면 내 말을 꼭 기억하셔야만 해요."

이런 기막힌 속사정이 있었기에 평기는 배방이 직접 만들어 왔다는 구수한 녹두부침개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호호호. 제 성의를 봐서라도 한 점 드셔보시라니까요."

배방은 평기가 계속 머뭇거리자 자신이 나무젓가락으로 녹두부침개 한 개를 직접 들어 올려서 평기의 코 앞으로 바짝 들이댔다.

"저, 실은 점심 먹었던 것이 좋지 않았는지 지금 제 속이 몹시 거북해서리."

"속이 거북하시다구요 어머머! 마침 잘 됐네! 원래 녹두는 해독(解毒)을 해주기에 속이 언짢을 때 먹게 되면 제대로 된 효험을 볼 수가 있대요. 자! 자!"

배방은 연신 호들갑을 떨어가며 자기가 만들어온 더러운 녹두부침개를 어떻게 해서든 평기가 먹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바로 이때, 매성은 자기 아내 배방이 평기에게 억지로 먹이려는 그 녹두부침개를 재빨리 한 손으로 잡아채더니 그걸 자기 입 안에 쏙 집어넣고 우물거리면서 이렇게 꾸짖었다.

"당신은 왜 먹기 싫다는 사람한테 자꾸 먹이려고 하우 자, 얼른 나가서 녹차(綠茶)라도 좀 가져오시구려!"

배방은 하는 수 없이 일단 방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 개 오줌을 적당히 넣어 끓인 녹차 몇 잔을 쟁반 위에 받쳐 가지고 방 안에 다시 들어왔다.

"자, 맛있게 드시와요."

"아이고, 이거 감사하외다!"

평기를 제외한 방 안의 모든 남자들은 매성의 아내가 정성껏(?) 끓여 온 녹차를 각자 한 잔씩 받아가지고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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