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닮은 우암산
소를 닮은 우암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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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체험 문화답사기
한 윤 경 <역사논술 지도교사>

광우병이 걸린 소를 먹으면 스펀지처럼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결국 죽게 되지요. 이런 무서운 질병이 도사리고 있는 미국 소 수입문제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어요. 소는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때부터 소중한 가축으로 여겨져 왔어요. 물론 농사에도 큰 몫을 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먹을거리 제공과 가방과 신발을 만드는 가죽까지 아낌없이 주는 이타적인 삶을 사는 동물이에요. 그래서 인간과 소는 참으로 친근한 관계를 죽 이어왔지요.

청주에도 모든 시민들에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랑을 받아온 커다란 소가 한 마리 있어요. 벌써 눈치를 채셨나요 청주를 포근히 감싸주고 있는 우암산 입니다.

산의 정상이라야 해발 388m에 지나지 않지만, 오르고 나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산이죠. 골짜기마다 졸졸 흐르는 물이 사철을 두고 마르지 않는 산으로 큰 봉우리가 없이 덩치가 펑퍼짐한 산이에요. 그런 산세가 암소가 드러누운 형국을 하고 있다고 해서 와우산(臥牛山)이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오래된 기록에 의하면 와우산이라 불렸으나 언제 우암산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요. 물론 두 명칭 모두 소를 상징하죠.

청주 시민들에게 우암산은 각별한 산이에요. 그 옛날 고대를 우암산에서 시작한 청주는 역사시대 내내 우암산에 기대어 오늘날의 도시로 커왔기 때문이죠. 그런 도시의 산이라서 우암산을 빙둘러 여러 마을들이 생기게 된 거죠. 그래서 우암산을 청주의 진산이라고도 하구요.

산정상과 동서 능선에 있는 등산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토성과 석성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우암산에 청주를 지키는 산성이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죠. 또 우암산에는 토정비결로 유명한 조선 선조 때 학자인 이지함과 관련된 전설도 전해지는데요.

하루는 이지함이 청주를 지나다가 우암산 중턱에서 대장군 혈지를 발견해 그곳에 함부로 묘를 쓰지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애송이 풍수가에 의해 훼손되는 바람에 나라가 어려운 지경을 맞게 되고 왜적의 침입을 받게 됐다고 해요.

현재 우암산은 울창한 숲과 더불어 잘 정비된 등산로, 쳬육시설 등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이 되고 있어요. 또한 우암산 우회도로를 따라 청주 국립박물관, 우암 어린이 회관, 청주 동물원, 명암 유원지, 청주 향교와 여러 사찰이 있어 많은 볼거리가 찾는 이의 발걸음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랍니다.

또한 우암산 서쪽 자락에 삼일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충북 출신인 손병희, 권동진, 신흥식, 신석구 등 다섯 분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삼일공원이 있어요. 태극모양을 하고 있는 삼일공원 주변에는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어 이곳을 찾는 후손들에게 민족정신의 산교육장이 되고 있어요. 특히 마지막 여섯 번째 좌대는 빈 채로 있는데요. 이 좌대의 주인공은 정춘수로 후에 변절해 친일 행각을 한 것이 알려져 시민단체로 하여금 강제로 철거되는 신세가 되었지요.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기도 하죠.

광우병은 인간의 욕심과 무지가 만들어낸 것이죠. 그래서 지금 소들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지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큰 재앙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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