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自利利他)
자리이타(自利利他)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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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요즘 세상이 온통 한·미 FTA 문제로 시끄럽다. 말 그대로 협상은 협상이다. 누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누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이 협상이다. 우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강요하는 것이지 협상은 아닐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보면 자리이타 정신을 중요시한다. 자리(自利)란,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노력하고 정진하여 수도의 공덕을 쌓아 그로부터 생기는 복락과 지혜 등 이익을 자기 자신만이 향수(享受)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대하여 이타(利他)란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을 뜻하며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위해 닦는 공덕을 말한다. 이 두 가지를 합하여 이리(二利)라고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소승불교에서 지향하는 자리적인 수행을 비판하고, 이에 대해 자리와 이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완전하게 실현된 상태, 곧 자리이타의 원만함이 실현된 세계를 목표로 삼아 이러한 세계가 바로 부처의 세계라고 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는 자리이타 정신을 실천할 수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내일처럼 즐겁게 생각하는 것이 자리이타 정신이다. 내가 자리한 주변의 모두가 잘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은 모두 불행한데 나만 잘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형태일 뿐 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이기심일 뿐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조금 손해 보는 것이 남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양보하고 좀 손해 보는 것이 나중에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의 손해가 나중에 이익이 된다면 남에게도 이익이 되고 결국은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손해 안 보려고 아등바등하다가 막상 적은 이익을 당장 보고 나서 후일에는 "공연히 그랬나"하고 후회한다면 남에게도 손해이고 나에게도 손해가 되는 것이다.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큰 이득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은 비난 받아야 하며,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같이 추구하는 사람은 칭찬을 받을 만하다. 운전할 때 적당히 양보하는 길이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는 일이지, 서로 먼저 가려고 한다면 차가 엉켜서 교통체증을 더 유발하기도 하는 것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어야 매출이 상승해 결국 회사의 이익이 향상되는 것이다. 노사가 화합하여 서로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조금씩 양보하고 상생함으로써 회사가 성장되고 그 이익이 구성원들에게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노사가 서로의 이익만을 내세워 충돌하고 대립한다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매출이 감소하여 결국은 회사가 문을 닫게 되고 구성원들은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것이 자리이타정신이다.

원효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지혜와 실천을 갖추면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자기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새의 두 날개와 같다"고 하였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결국은 나에게도 손해가 되는 것이며, 남에게 이익 되게 함이 나에게도 이익됨을 깨닫고 살아간다면 각박하지 않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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