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그 또다른 이름은
부부(夫婦)그 또다른 이름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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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최 정 옥 <충북도 여성정책과장>

얼마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노부부의 감동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이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허리가 굽은 남편인 할아버지께서 거동이 불편한 아내인 할머님을 휠체어에 모시고 밀고 있는 사진으로 이 모습을 사진에 담은 사진가가 연유를 물은 즉 "답답해하실 할머님을 위해 그리 멀지 않은 시장에 유람을 가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가슴 뭉클한 이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모두 저 정도로 금실 좋은 노부부로 남을 수 있다면 하는 바람과 내 자신도 저처럼 아름다운 부부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반문을 하였다.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한번 맺어진 부부의 연은 영원한 것으로 간주되어 사소한 다툼은 물론 더한 일이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항상 참는 쪽은 참아야 하는 쪽은 십중팔구 여자라는 아내이자 어머니였었다. 참는 것은 가부장적 대가족시대 시부모님을 모시고 담장 내를 주 무대로 생활해야 했던 안댁인 며느리의 덕목 중 한가지였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년을 정점으로 이혼율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20년 이상 동거부부의 이혼율과 4년 이하 국제결혼부부의 이혼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혼사유는 '성격 차이'로 47% 정도를 차지하였다.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많은 연유로 이혼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치부할 수 있는 국제결혼은 차치하고라도 20년 이상 동거부부의 지속적인 이혼율 증가는 의외이다. 그것도 많은 수가 '성격차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으로 참고 견뎌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시간을 2배 이상 넘어서며 살아온 중년 부부들이 아름다운 노부부가 되기 전에 홀로서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서로 다른 남남이 사랑이라는 연으로 만나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겠다는 약속으로 신혼부부가 되어 딸·아들을 낳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로 살면서 금지옥엽 키운 자식을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뒷바라지를 하는 학부모 신세를 마칠 쯤에 이혼부부라니. 그것도 경제적 문제도 가족 간 불화도 아닌 '성격차이'로 사연 많게 살아 왔을 20년의 부부생활을 훌훌 털어버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도 여성발전센터의 2007년 가족실태 조사에 의하면 가족형태 구성중 가장 높은 비율인 63.4%가 부부와 자녀 2세대(世代) 가구였으며, 54%가 맞벌이 부부로 나타났다. 핵가족화 등에 따른 가족가치관의 변화와 양성평등에 따른 남녀의 인식변화 및 사회활동은 과거 가부장적 사회의 남성 우월적, 남성 우선적 가정문화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하였으며 이는 부부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또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아끼고 보듬을 줄 아는 새로운 부부문화를 가꾸어갈 필요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남녀가 사랑으로 만나 아내와 남편이 되고, 엄마·아빠, 학부모, 시어머니·시아버지,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어가는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이루어지지만은 않는 반평생의 새로운 인생행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부부문화는 창조되어야 할 것이다.

5월21일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후 두 번째로 맞은 '부부의 날'이었다. 서로에게 조금은 무관심했다면 내가 사랑하는 '아내' 또는 '남편'에게 단 하루 만이라도 아부 좀 해보자. '여보 사랑해' 그 말조차 쑥스럽다면 문자라도 날려주자. 조금 세련된 이모티콘으로 말이다.

이런 하루가 쌓여 뒷모습이 아름다운 노부부, 부부의 또 다른 이름 노부부(老夫婦)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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