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또 다른 전봇대 '스쿨존 정비사업'
MB의 또 다른 전봇대 '스쿨존 정비사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5.20 0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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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동에 물가고 등 국민들이 즐거울 것 없는 소식들만 접해야 하는 가운데 언제부턴가 대통령이 취임후 한 일이라곤 대불산단에서 전봇대를 뽑아치운 게 유일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취임 당시 폭발적인 국민 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다 하니 그런 말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할 것 같다.

청와대로서는 억울하다 할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나라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고 국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 왜 몰라주냐며 언론에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우리도 대통령의 그런 의욕을 잘 알고 있다. 취임 초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뭔가 해보려는 모습들을 봐오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게 기업인들과의 핫라인 개설이던가. 대통령은 언젠가 두바이 통치자가 휴대전화로 실무보고를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게 기업인들과의 핫라인 시스템이다.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기업하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풀어주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측근들은 대통령이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뜻에 반해 정작 민간과 행정간의 소통은 아직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정작 관료사회는 아직 경직돼 있는데 대통령만 혼자 애쓰고 있는 꼴이다.

제도가 잘못돼 개선돼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밑에서 아무리 건의를 해도 위에서는 묵살해버리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여러가지 숱한 예가 있지만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얘기를 꺼내 볼까. 한달 전쯤 충남 천안에서 하굣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학교 바로 앞길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위반한 과속차량에 치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앞서 한달 전에는 역시 천안에서 여중생 1명이 등굣길에 버스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 2곳의 사고지점은 모두 초등학교 앞으로 당국이 스쿨존으로 지정한 곳이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이들 2곳 모두 스쿨존에 걸맞는 교통안전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행 법은 초등학교 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치원의 반경 300m 이내를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통행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 지자체가 반반씩 돈을 대 과속방지턱이나 속도제한 등 안전표지판, 안전을 위한 시선유도봉, 속도감지기 등의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가 난 곳은 이런 시설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왜 일까. 취재수첩을 들고 교육청과 시청을 오가면서 의문이 풀렸다. 절차와 예산타령만 하는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이 그 원인이었다. 스쿨존은 학교장이 교육장에게 설치를 건의한 후 경찰서장이 지정한다. 이후 경찰서장은 이를 관할 시청(또는 군청이나 구청)에 통보해주고 그때서야 스쿨존 정비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다.

앞서 인명사고가 난 두 학교는 모두 신설된 학교이기 때문에 사고 위험지역임에도 불구 이런 절차를 밟느라 스쿨존 정비사업이 늦어졌던 것이다.

유족들이 "스쿨존 정비사업만 빨리 됐어도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국가를 원망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지난달 행안부는 2012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8500여곳의 스쿨존 개선사업을 마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스쿨존 개선사업을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건수가 2002년도 468명에서 2006년엔 사망 276명으로 주는 성과를 거뒀다고 치적까지 내세웠다. 그러면서 정작 일선 현장에서의 이같은 사고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미 언론이 스쿨존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숱하게 지적하고 그 개선대책을 제시했는데도 말이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했다고 여론이 묵살되는 탁상행정 때문에 아이들이 죽고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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