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국민적 공감대가 관건
민영화, 국민적 공감대가 관건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05.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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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들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도높은 검찰수사와 기관장 교체에다 민영화 바람까지 맞물려 제 2의 IMF로 비교될 만큼 한마디로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현재 최대 현안인 쇠고기 재협상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지만 머지않아 수면위로 부상할 경우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305개에 달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대상이다. 이중 15∼20곳을 현 정부 임기내에 민영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해 시장의 경쟁원리를 공기업 부문에 도입하고 이를 통해 효율성 제고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업을 민영화할 경우 국민의 기본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자칫 공공서비스 주권이 외국인에게 넘어갈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와 관련, '정부투자 지주회사' 설립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정부투자 지주회사의 모델이 되는 것이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이다. '국가가 소유하면서 경영만 민영화'하는 싱가포르식 민영화다.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보다는 공기업이 떠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민영화 이외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공기업의 형태를 유지하되 지배구조 재편과 내부경쟁을 통해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 특징을 보면 초기 투입자본금은 상당하지만 완공된 후부터는 투자금이 거의없이 수입이 보장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기에 앞서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독과점적인 지위나 상태를 완화한 후에 민영화해야 한다. 민영화와 사업승인을 동시에 풀어주면 독과점 상태의 기업은 다른 기업의 시장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공기업을 비싸게 매각해 독과점 기업을 민영화한다면 그만큼 무책임한 것은 없다. 결국에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오게 된다.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는 민영화는 불가하다. 기업에서는 돈 안되는 부분은 당연히 축소·폐지할 수 있지만 공기업 차원에서는 다르다. 이익창출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위해 공익부문에 지출함으로써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본의 공기업 민영화는 세계적 조류를 타고 급진전했다. 1980년대 후반 나카소네 정권은 거대 국유기업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시기 전신전화공사(NTT), 전매공사(JT), 국철(JR)에 이어 지난 2005년 신동경국제공항공단, 우정공사까지 질적·양적으로 진일보한 결과를 낳았다. 이들 민영화의 성공요인으로는 정부의 인식과 절차의 정립에서 찾을 수 있다. 민영화의 주 목적이 재정상황의 개선에서 '정부의 슬림화'와 '민간경제 활성화'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또한 민영화를 구조개혁의 다양한 수단중의 하나로 활용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시장, 조화, 안전, 자원, 경쟁성을 민영화에 대한 기본 5원칙을 예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산하기관 등 준공공 부문에 이르기까지 무조건적인 민영화를 지양하고 중복업무에 대해 선별 통폐합을 유도한 후 진행여부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영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다양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의 추진의지와 국민적 공감대가 관건이다.

기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사회복지 전체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당위성에 의존한 성과주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영화에 대한 기본원칙의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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