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오늘날의 피그말리온이다
교사는 오늘날의 피그말리온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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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명 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스승의 날이 가까워 오면 참교육의 의미와 사도(師道)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20여년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필자도 참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참스승이 돼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지금까지 잊지 않고 실천한 교육적 신념이 있다면 피그말리온 효과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로 키프러스의 왕이자 조각가였다. 어느날 그는 대리석으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다.

그 여인상을 갈라데이아라고 불렀고 피그말리온은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피그말리온은 마침내 상사병이 들어 자리에 드러눕는다. 피그말리온의 이 애처로움을 보다못해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드디어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갈라데이아를 본 순간 피그말리온도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둘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는 이야기이다.

이 신화의 의미를 교육학자들은 피그말리온 효과로 부른다. 즉 피그말리온이라는 말은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몇해전 고3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제천으로 발령을 받아 중학교 1학년을 담임한 적이 있다. 나는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소위 고3식 학생지도와 수업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중간고사에서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는 반보다 점수가 무려 10점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나의 자만심으로 아이들의 수준과 눈높이를 무시한 결과였다. 이후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수업연구를 하게 됐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2년간 노력 끝에 수업연구발표대회에서 1등을 해 수업스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1 아이들을 고3처럼 대하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치 고3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가 바뀌면서 아이들이 2학년이 됐다. 필자가 학생부장으로 학생회 대의원회의를 주관하게 됐는데 첫 회의 중 학년별 실장과 부실장을 호명하다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2학년 10개 학급의 대의원 중 10명이 지난해 내가 담임했던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닌가.

회의가 끝난 후 실장과 부실장을 이렇게 많이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선생님 애들이 너무 어려요.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이 너무 유치해요" 친구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자신들이 학급을 대표해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급실장 선거에 출마를 하게 되고 대부분이 실장과 부실장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부분 학급에서 지역의 명문 인문계고로 진학하는 비율이 40%정도인데 비해 우리반은 80%가 지역의 명문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는 말을 들었을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요즘도 고1이 된 우리 반 아이들의 집으로 가끔 전화를 한다.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중간고사는 잘 보았는지, 학부모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다.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한다'는 현창이 어머니의 목소리, '선생님께서 의대갈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한다' 며 벌써 대입을 준비하면서 내신 관리에 들어갔다는 형길이 어머니, "선생님처럼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고 중1때 자신의 꿈을 정한 후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지금까지 공부하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는 예슬이 어머니의 말에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교육은 바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하늘만큼 커다란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기에 교사는 오늘날의 피그말리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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