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넘은 부처님 오신날
종교의 벽 넘은 부처님 오신날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5.13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화합은 종교인의 건전한 생활은 물론 국민 화합의 기초가 된다. 그럼에도 타종교의 교리를 비방하거나 종교시설을 훼손하고 심지어 정치인과 행정관료들까지 편향된 종교관을 드러내 물의를 빗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된다. '나의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는 기본적인 종교 윤리마저 지키지 않은 결과다.

이런 가운데 불기 2552년 석가탄신일인 12일 오전 청주 관음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기독교, 천주교, 유교를 대표한 축하사절단이 사찰을 찾았다.

이날 삶터교회 김태종 목사와 천주교 청주교구 송열섭 신부, 청주향교 박영순 전교는 관음사 주지 현진스님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수백명의 불자가 운집한 법당 안에 놓인 부처님 면전에서 축사까지 건넸다.

김태종 목사는 "부끄럽고 죄지은 마음을 사죄하러 왔다"고 털어놨는가 하면 송열섭 신부는"불경이나 성경 등 다 좋지만 결국 하느님도 부처님도 원하는 것은 착한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박영순 전교는"종교간 이념을 떠나 인간의 도리를 하며 잘 살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종교인의 올바른 자세를 강조했다.

봉축 행사의 마지막 절차인 부처님을 목욕시킴으로써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한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관욕(灌浴)의식에도 이들 종교인들은 행사장으로 거리낌없이 발길을 옮겼다. 이들은 종교계 화합을 도모하려면 무엇보다 목사다운 목사, 스님다운 스님보다는 목사다운 스님, 스님다운 목사 즉, 타 종교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움과 다툼, 갈등과 불신이 만연한 사회를 종교인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봉합자로 나서겠다며 참석한 자리가 종단 스스로의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