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음성의 반기문 경쟁
충주·음성의 반기문 경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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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최 윤 호 부장 <충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생과 성장지인 음성과 충주에서는 요즘 반 총장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특화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반 총장의 생가 등 출생지를 성역화해 관광자원화 하고 또 그의 이름을 딴 문화체육행사 개최도 이어지고 있다.

충주시는 반 총장의 취임 직후 대대적인 시민환영행사를 열어 '반기문 이미지메이킹'에 선수를 쳤다. 충주는 반 총장이 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생가가 있는 고향인 음성군은 한술 더떠 출생지 성역화사업은 물론 거리 1곳을 '반기문로'로 지정했다. 또 2년째 반기문마라톤대회를 열고 있고 올해는 반기문 전국백일장 행사도 개최했다. 올해도 반 총장 생가복원사업에 11억원을 투자해 생가 행랑채 등이 남아 있는 원남면 상당리 윗행치마을 주변을 성역화하고 관광지로 만들기로 했다. 내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2850 ㎡용지에 반 총장의 생가를 원형대로 복원하고 기념관·안내소·주차장을 건립하는가 하면 2010년에는 3단계 사업으로 유엔체험영어마을(9500㎡)·어린이유엔평화공원(1만2000㎡)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어린이평화공원에는 12지신상 등 풍수와 관련된 조형물을 설치해 청소년학습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011년까지 187억원을 들여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음성군의 구상이다.

규모는 다르지만 충주시도 유엔평화공원을 만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착수된 유엔평화공원 조성 예정용지내 사유지 11만800에 대한 매입이 끝나면서 오는 8월께 첫삽을 뜰 태세다. 충주시 칠금·금릉동 일원 26만2000 ㎡용지에 조성되는 유엔평화공원에는 유엔기념관, 국제문화예술센터, 평화박물관, 무술 박물관과 공연장 등 2만5000 ㎡규모의 각종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요시설은 예술성이 뛰어난 초현대식 건축물로 시공된다. 이 사업에는 국비 256억원, 도비 192억원, 시비 342억원 등 7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며, 2011년 완공될 계획이다.

인접한 두 지자체가 나란히 '반기문'과 '유엔'을 모티브로 한 공원을 갖게되는 셈인데 왠지 중복투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업 완료시기도 2곳 모두 2011년이다. '선점'을 염두에 둔 사업계획인 듯하다.

충주호 문제나 청주·청원 통합문제가 지자체간 갈등과 마찰의 대표적 사례라면 유엔을 놓고 벌이는 충주와 음성의 기싸움은 '돈이 많이 드는' 심리전이라 할 수 있다.

충주와 음성의 '유엔 경쟁'을 지역간 갈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표면화된 충주와 제천, 청주와 청원 사례보다도 경제적·행정적 손실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지척에 있는 두 지역에서 사업이 중복되고 국·도비 투자 또한 이중 지출된다면 사업비는 2배로 드는 반면 사업효과는 반감될 것이 뻔하다.

지난달 기자는 유엔을 방문, 반기문총장의 관저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음성군의 반기문마라톤이 반 총장과 무관하게 사전에 말도 없이 진행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의 사무총장자리는 분명히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인물을 존경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20여분 거리의 두 지역에서 서로 시합하듯 관련사업을 중복 추진하는 모양새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언젠간 반드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충북도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음성은 생가쪽으로, 충주는 교육을 받은 도시로 방향을 잡아 정리를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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