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건설, 연습이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연습이 아니다
  • 심영선 기자
  • 승인 2008.05.09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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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심 영 선 부장 <괴산>

한반도 대운하 건설 찬·반 논란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본격적인 논쟁으로 떠올랐다.

대운하 문제는 지난 4·9 총선때 충북에서도 여·야 정치적 논리와 후보자간 당리당략과 맞물려 한바탕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이달초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운하 건설에 앞서 필요할 경우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민자를 유치해 건설하겠다는 방안도 덧붙였다. 이 대변인의 '여론수렴'이란 표현은 시각에 따라 여러 각도로 해석되지만 결국 정부가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청와대가 밝힌 각계의 여론수렴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론수렴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당의 입장을 앞세운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다. 전문가들도 각각 찬·반에 따른 '뜨거운 감자' 논쟁을 펼칠 것이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대운하 건설이란 본 게임에 앞서 '대운하 건설은 결코 연습이 아니다'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문제는 전·후반을 치르는 운동 경기의 시각에서 바라 볼 사안이 결코 아니다.

대운하 건설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百年大計)와 승·운으로 곧장 직결된다. 국가와 국민에게 실익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현명함도 정부가 갖춰야 한다. 실익이 없는 국책사업을 추진해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는 것도 역시 말이 아니다.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지리적 여건과 기후조건, 지형 등을 이용해 이미 100∼150여년전부터 운하를 개발했다. 이들 국가는 이를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시내 도심을 가르는 세느강 등을 주축으로 연간 관광수입만 약 70조여원을 올리며 국민들의 복지수준을 크게 끌어 올리고 있다. 프랑스의 연간 관광수입은 대한민국 1년 전체예산의 1/3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곧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들 국가가 이미 운하를 어떻게 개발했고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면밀하게 비교 분석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총선 이후 각 자치단체와 해당 지방의원들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 검토, 평가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들 국가를 방문 1호지역으로 손꼽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꼭 가야하는 해외연수라면 각 분야를 다양하게 배워 올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습득한 장·단점을 주민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자칫 '열 받은 냄비에 콩을 얹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경우 국가적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 집단들이 소모적인 대운하 찬·반 논리에 휘말리면 혼선을 겪는 쪽은 가뜩이나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힘없고 빽없는 백성들 뿐이다.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으로 농민들이 큰 혼란을 겪으며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지금의 세태를 보더라도 한번 잘못된 정책은 가슴 아픈 국가적 현실을 만들어 낼 뿐이다.

이쯤에서 정부와 여·야, 정치인은 물론 운하관련 전문가들은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을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번 미국 쇠고기 파문의 경우처럼 엄청난 국민적 반발을 살 것이다.

대운하 문제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시행착오나 실패란 있을 수 없다.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끝까지 국민여론을 들어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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