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답사
경복궁 답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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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 명 철 <충북도장학사>

"여러분은 이제 일반인의 공간에서 임금님의 공간으로 들어왔습니다. 환영합니다. 여러분을 조선의 임금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임금님도 모르는 경복궁 이야기'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한 이화영 선생의 낭랑한 목소리는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먼 길을 달려온 시골 중학생 20여명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선생은 필자의 제자로 괴산 출신이다. 충북대 역사교육과를 나와 수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면서 경복궁 문화유산 해설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고향의 후배들과 선생님들을 위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복궁의 안내를 맡아서 수고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해서 안내를 하고 싶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충북교육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행사가 올해도 도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의 중요성과 문화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봄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지만 답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경복궁의 구석구석을 찾아서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충북교육박물관 개관 준비 단계에서부터 교육박물관의 역사문화체험 행사의 기획과 추진에 관여하고 있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충북지역의 학생들은 중요한 문화 유적지를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전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학생들에게 답사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며, 함께 답사하는 재미가 너무 좋다.

올해 첫 답사에 꼭 함께 가자는 학생회관 배주사님의 부탁으로 올해도 따라 나서게 됐다. 비를 맞으며 경복궁의 곳곳을 함께 누비던 학생들은 막 복원이 끝난 건천궁과 아름다운 향원정 앞에서 을미왜란의 슬픈 역사를 들으며 함께 가슴을 치며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이어서 도착한 민속박물관, 유교 국가의 궁궐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불교 건축물들을 모두 모아서 만든 건물인 이곳에 올 때마다 꼴불견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모든 존재는 그 존재에 어울리는 위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법주사 팔상전 모양의 민속박물관으로 학생들을 인솔해 우리 조상의 생활을 자세하게 살펴본 후 버스를 타고 지난 2월 우리의 곁을 떠난 국보 제 1호 숭례문에 가 보았다. 우리가 자랑하던 국보 1호 숭례문은 사라지고 없었다. 생각 없는 한 노인이 홧김에 저지른 방화로 우리의 자존심이자 보배인 국보 1호가 사라진 것이다.

학생들에게 600년을 이어온 숭례문의 자랑스러운 사진과 처참하게 불에 탄 사진을 비교하여 보여주었다. 한창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인 하얀 막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애처롭게 보인다.

당차게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을 온몸으로 불태우면서 숭례문은 울며 절규하는 우리들의 품을 떠났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서로 말하면서 우리의 서울 답사는 끝이 났다. 충북교육박물관에서 야심 차게 진행하는 문화의 뿌리를 찾는 행사가 일선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참여율이 너무 낮아서 안타깝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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