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 어린이는 없다?
어린이 날 어린이는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5.06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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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린이날인 5일 어린이 큰잔치가 열린다는 청주교육대학을 찾았다.

20여개 단체가 마련한 놀이마당, 체험마당, 통일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고, 특히 찰흙으로 장승만들기, 솜사탕만들기, 그림 그리기, 민화그리기 등 체험마당은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주최측은 분명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행사를 경험케 함으로써 손의 감각은 물론 창의성을 길러주고자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행사장에는 어린이의 손놀림보다 부모의 손놀림이 더 바삐 움직이는 광경이 자주 눈에 띄었다. 부모의 귀한 존재를 자녀들에게 인식시켜주고자 마련된 그림 그리기 행사장의 경우 자녀가 받아온 도화지에 한 어머니가 크레파스를 쥐고 밑그림을 완성한 뒤 아이에게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빛난다.

오죽하면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아이와 관련한 모든 결정을 내리는 부모를 빗대 '헬리콥터 부모'란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대학생 아들을 둔 A씨는 "과자를 달라고 조르는 애처럼 담배 좀 달라고 말하는 아들을 보고 처음엔 장난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 앞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의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돈들여 애써 배운 기억조차 없지만 '예절은 기본적으로 아는 것 아니냐'는 기성세대의 생각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서 배운적 없다'는 말로 모르쇠로 답한다.

누굴 탓하겠는가. 내 자식만큼은 경쟁 사회에서 앞서지는 못할 망정 도태되지 않길 바라는 부모 심정이 빚어낸 한 단면이긴 하지만 어린이날 조차 자녀의 선택권을 허락하지 않게끔 만든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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