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을 밝히자
마음의 등을 밝히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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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청주의 가운데를 젖줄처럼 흐르는 무심천 둔치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연합봉축행사가 전야제 성격으로 많은 시민들과 불교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마음을 졸였는데 행사를 마치니 기다렸다는 듯이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어서 꽃비의 축복을 받은 기쁨이다.

중생구제를 원력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지 2600년이 흘렀지만 영원한 인류의 스승으로 우리들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올해는 불기 2552년이다. 불기는 예수님 탄생연도를 기원으로 하는 서기와는 달리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연도부터 불기가 시작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80세에 열반하셨으니 이 땅에 오신지는 2632년이 되는 것이다.

탄생하시면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나 홀로서 존귀하다. 온 세상이 고통에 가득 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외치신다. 간혹 유아독존을 부처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으나, 참뜻은 부처님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가진 개체가 각각 스스로 존귀하다는 생명존중, 생명평등의 이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9세에 출가하여 36세에 깨달음을 얻고 8만4천 법문을 하시고 열반을 앞두고는 '진리를 등불로 삼고, 네 자신을 등불로 삼아라. 계율을 스승으로 삼고 게으르지 말라'로 가르침을 내리신다. 이 또한 나자신이 존귀하며 스스로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하신 뜻이다.

현우경 빈녀난타품을 보면 부처님이 영취산에 계실 때의 일로 밤이 깊어 다른 등들은 다 꺼졌으나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밝힌 등불만이 밤이 깊어도 끝까지 밝게 빛나고 있었고 이것을 본 부처님께서 '이 여인은 등불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어 부처님 당시부터 등을 밝히는 공양 풍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번뇌망상의 원인을 무명(無明)이라 한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12 연기는 생멸변화하는 세계와 인생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근본 목적은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인 고통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사라지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올바른 법, 즉 진리에 대한 무지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므로 무명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근본원인이다.

이 무명을 밝히고자 불자들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각자의 소원을 담은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혜능 대사는 육조단경에서 '한 등불이 능히 천년의 어둠을 없애고, 한 지혜가 능히 만년의 어리석음을 없앤다'라고 하였다. 천년동안 암흑으로 유지되었던 동굴도 어느 한순간 촛불 하나 밝히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온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연등의 물결, 사찰마다 개인의 소망을 담아서 밝히는 형형색색의 연등처럼 각자 소망하고 바라는 마음도 다르겠지만 세상의 주인이 '나'를 밝히는 진정한 의미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를 밝힘으로써 주변도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것 아닌가.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진정한 삶의 주체인 나를 어둠에서 벗어나게 하는 마음의 등불을 밝혀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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