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내각·청와대 여론 극복하려면
부자내각·청와대 여론 극복하려면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5.01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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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부자들을 위한 정부라는 비판이 임기내내 계속될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 수상자들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약자와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위해 일하겠다"며 부자내각의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전 정부들을 빗대가며 "새정부는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강부자 내각, 강부자 청와대 논란이 이제는 종식되길 바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날도 비서관들의 축재과정에 대한 시비는 이어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고 이를 취재한 언론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세간의 의혹대로 그가 언론통제까지 시도했다면 가벼이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미 1명의 수석이 낙마한 상태에서 청와대의 얼굴인 이 대변인까지 흔들리자 국민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국민들이 단순히 장관이나 비서관들이 부자라는 사실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면 명백한 오판이다. 재산 형성과정에서 탈법을 저지르고 이런 저런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는 등의 부도덕한 행태 때문만도 아니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다가 벼랑에 몰리면 불법인즐 몰랐다고 발뺌하는 작태는 이제 너무 많이 봐와서 여론 피해가기의 전형적 '메뉴얼'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이 답답해 하는 것은 이들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을 창출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서민의 정서와 실태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감의 발로이다.

문제가 되는 이 대변인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 비서진 재산과 관련한 여론에 대해 그는 "사회생활 20∼30년씩 했다면 일반 국민기준에 비춰 지나치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의 재산은 청와대 고위직 평균치의 절반도 안되는 15억여원이다. 청와대에서는 명함도 못내밀 빈민이다보니 20∼30년 동안 일해서 15억원을 모은 것이 대수냐고 반문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15억원은 연봉 5000만원 받는 월급장이가 30년 동안 한푼도 쓰지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다. 서민들은 투자해서 증식할 재산도 없거니와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위장전입하고 거짓 공·사문서 만들어 부동산을 사들일 배짱도 요령도 없다. 땀흘려 일하는 것 외에는 재주가 없는 서민들을 위한 살가운 정책들이 이미 대학생시절 아버지가 사준 부동산으로 수십억대 부자가 돼버려 돈 걱정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마인드에서 나올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대통령은 최근 핫라인(hot-line)으로 기업인 전화가 잘 오지 않는다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고 비서진에 개선안을 지시했다고 한다. 기업인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비서진이 전화를 받아 상담하는 방안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핫라인 전화 대상자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렸다. 각별한 애정이요 성은()이다. 부자내각에 대한 여론을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기업인에 대한 관심을 소외계층에도 적절히 나눠줘야 한다. 기업인 핫라인 대상자의 10분의 1인 20명만이라도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영세업자, 농어민 등 소외계층에 할애하고 적극 소통하길 권한다. 청와대 수석과 장관들도 대통령이 정책의 중심에 놓기로 한 소외계층과 핫라인을 개설하고 빈곤의 실체를 깨닫는 학습에서 시작해 누수되는 복지재원은 없는지, 탁상에서 구상돼 헛도는 정책은 없는지, 그들에게 절실한 서비스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체득하고 서민정책 입안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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