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靑南臺)
청남대(靑南臺)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4.29 2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20여년 동안 베일 속에 잠겼던 청남대(靑南臺)는 2003년 4월18일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이원종 충북지사에게 대문 열쇠를 전달하면서 마침내 일반에게 개방됐다.

청남대는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고 한마디 던진 것이 계기가 돼 1983년 12월에 완공됐다.

대통령의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해 4군데가 있었으나 김영삼 대통령시절 모두 폐쇄하고 청남대 한 곳만 남겼다. 휴양 중에도 항상 국정업무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유지관리 되었고 식수원인 대청호를 끼고 있어 최고의 수질정화시스템을 구축, 운영되었으며 국가 1급 경호시설로서 4중의 경계철책을 설치해 관리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정운영의 중대한 고비마다 청남대에 머물며 정국에 대한 구상을 하였고 언론들은 '청남대 구상'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청남대가 충북도민들에게는 고통의 원천이었다. 특히 댐건설로 고향까지 등진 청원 문의 주민들은 청남대까지 들어서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이제 그같은 아픔도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서서히 아물고 있다. 더욱이 올해로 개방 5년째를 맞는 청남대에 대한 대내외적인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운영해 온 충북도의 관심과 고민이 크다. 지금까지 335만여명이 다녀가 입장료 수입 110여억원을 올린 청남대이지만 개방초기 한해 평균 관광객이 100만명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60여만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해마다 10여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각종 이벤트를 펼쳐봐도 이제 관광객을 모으는 데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이에 정우택 충북지사가 모노레일과 물길을 이용한 청남대 출입의견을 내놨고 골프장 활용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청남대는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댐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로 개발의 여지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과거 청남대의 주인들을 불러모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퇴임 후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에는 두달만에 무려 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이 노 전 대통령만 기거하는 사저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직 시절 그렇게 비난을 받아 오던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대 대통령을 모으고 이를 상품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때마침 대통령 별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 대통령 전용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박2일의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만찬대접을 받은 이 행사는 방미활동의 절정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대통령은 아무나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하지 않는다. 한국 국가원수로는 이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한국도 대통령 별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또 이 대통령 또한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이런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외교의 격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적자에 허덕이는 애물단지 청남대가 단순 역대 대통령의 별장, 충북도민의 고통의 산물이라는 과거형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살아움직이고 미래를 기약하는 진일보된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용정부시대에서 청남대를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충북도와 문의주민, 대통령과 한국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