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의 졸속 변경이 주는 교훈
국가정책의 졸속 변경이 주는 교훈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8.04.22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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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정부와 여당이 혁신도시를 놓고 오락가락하더니 최근에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언제 변할지 모를 상황에서 이번 정부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젠 4·9총선이 끝났으니(아쉬울 게 없으니) 민심이고 뭐고 관계없다는 태도처럼 느껴져 불쾌하다.

노무현 정권이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을 지향했던 정부였다면 새 정부는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정부가 아닌가.

그러니 참여정부가 그려놓은 혁신도시 밑그림대로 새 정부가 색칠을 하리라 기대하는건 애초 무리였다.

그렇더라도, 이념이 다르고 경제관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이전 정권이 해놓은 일이라 해서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적지 않은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미 토지보상이 70∼90%에 달하는 혁신도시를 "없었던 일로 하자"면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불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토해양부의 '혁신도시 전면 재검토' 발표는 국가정책의 졸속변경이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지금까지 혁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 등 많은 피해를 감수했다. 정든 농토와 조상이 뼈를 묻고 있는 산야를 뒤로하고 하릴없이 고향을 떠난 주민들도 많다.

벌써 직업까지 바꾼 이도 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재검토를 논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에 따른 혁신도시 축소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20여 개 기관에 대해 민영화·통폐합 계획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공기업이 민영화되더라도 원래 계획대로 내려보내야 한다.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12개 공공기관이 내려오기로 돼 있지만 도시면적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이것마저도 흔들린다면 실속없는 도시가 될 게 뻔하다. 혁신도시 건설은 낙후된 지방의 희망이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것이다. 빈사상태에 빠진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혁신도시 건설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새 정부가 인수위시절 혁신도시 건설계획 변경 가능성에 대해 부인한 만큼 총선 직후 말을 바꾸는 것은 정책신뢰에 악영향을 준다.

공기업 민영화·통폐합 때문에 공공기관을 당초 계획대로 지방으로 이전할 수 없다면 정부가 어떤 보완대책을 갖고 있는지 조속히 밝혀야 한다.

10개 혁신도시별로 진행 중인 토지보상이 중단된다면 삶의 터전을 빼앗기면서 보상을 기다려온 주민들로서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결국 국가가 토지주들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를바 없다. 정부는 토지보상을 차질없이 한다는 입장을 속히 밝혀야 한다.

청와대가 5+2 광역경제권과 10곳 혁신도시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르면 6월쯤 혁신도시별 지원계획을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청와대는 지방의 자생력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혁신도시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충북혁신도시가 큰 틀의 변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추진방안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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