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존권이 최우선이다
주민 생존권이 최우선이다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04.18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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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부국장<당진>

"지금 농가마다 못자리 하느라 한창 바쁜시기에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게 과연 타당한가." "주민이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마당에 원하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17일 오전 당진 송악초에서 열린 황해경제자유구역 주민설명회는 그동안 주민 구성원간 시기와 방법론에서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은 것에서 보여졌듯이 시작부터 사업의 험난함을 예고했다.

인근 석문산단과 송산산단의 주민설명회와 달리 이날 300여명의 원주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는 25일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 의결후 정식 지정을 눈앞에 둔 시기여서 설명에 나선 충남도 관계자도 조심스러운 답변을 보일 수밖에 없어 설명회 내내 맥이 빠진 채 진행됐다.

황해경제구역 충남도 추진단은 자료를 통해 세종시와 충남도청 신도시조성 사례를 놓고 설명을 가져 주민들의 이해를 돕는 데 한계를 나타냈다. 참석한 원주민들은 대부분 60∼70대의 노년층. 이들은 이날 문전옥답을 버리고 이주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며 박수로 의사를 전달했다. 말 그대로 농사가 천직인데 이주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이다. 주민들은 지구지정 이후에도 문제가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목하에 9개 마을 1000여가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감수하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항변한다.

충남도는 지난해 고시된 경제특구중 송악지구가 가장 먼저 개발에 나서 선도지구로 자리매김해 인근 지역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데 대해 주민들은 이를 수긍하는데 인색하다.

7조4458억원에 달하는 황해경제특구 사업 소요 재원중 93%를 민자와 외자로 충당한다는 계산에 과연 유치 가능성이 얼마인가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광양 등 기존에 지정된 경제특구가 개발이 지지부진함을 볼 때 황해경제특구의 추가지정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송악지구는 자동차·철강 등 탄탄한 경제성의 배후지역으로 기존의 여타 경제특구 지구와는 다르다는 주장이지만 이에 대한 설득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보상대책위 출범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표준지 공시지가도 도마위에 올랐다. 두꺼비 서식지도 보호하는 마당에 3000여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보상가가 주민들에게는 가장 예민하다. 감정평가사를 통한 보상가는 기대 이하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토지에도 명품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 만큼 주민들로서는 당연한 요구다. 주민을 볼모로 정부가 땅 장사에 나선다는 인상을 심어줘서야 되겠는가.

인천 경제특구의 경우 외자와 외국기업 유치실적이 미미해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황해경제특구와 관련 처음 열린 설명회 자리인 만큼 주민과 정부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정보와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다.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사업은 불신을 키운다.

사회적 약자라해서 재산·기본권과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일방적으로 원주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소문으로 떠도는 귀동냥만으로 속앓이를 해온 주민들로서는 속시원한 답변은 고사하고 오히려 걱정을 한짐 더 어깨에 짊어진 격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원주민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발에 따른 이주의 고통에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한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고 궁극적으로 개발은 절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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