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오히려 효자?
AI가 오히려 효자?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8.04.17 2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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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민들은 울고 싶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곡물값 때문에 사료값이 덩달아 뛰어올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사료공장은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대두, 옥수수 같은 알곡 대신 값싼 대체물로 눈속임을 해 농민들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오죽했으면 AI(조류인플루엔자)가 효자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실제로 전북의 한 가금류 농가는 AI로 확진되자마자 모든 것을 버려두고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들어간 시설비와 전기요금 등 빚 때문에 청산하지 못했던 농장을 각종 피해보상금으로 메울 수 있게 돼, 집 안채 문만 잠그고 '나 몰라라'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난 것이다. 병든 닭과 오리의 살처분, 방역 소독 등 집주인이 없는 농장에서 공무원들만 죽을 고생을 했다는 씁쓸한 이야기다. 또 일부에서는 사료값 인상이 AI를 불러들였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사료값이 올라가자 사료질이 떨어져 쭉정이만 가득한 먹이를 먹은 닭과 오리의 면역력이 약해져 AI에 걸렸다는 논리다.

물론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신빙성은 충분해 보인다. 취재 중 만난 50대의 양돈업자는 "묵묵히 일하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계가 보인다"며 "차라리 닭을 키워 AI에나 걸렸으면 좋겠다"고 쓴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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