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린 강서택지지구 동 조정
10년 걸린 강서택지지구 동 조정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4.16 2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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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사회체육부장>

신설 택지지구 내 아파트단지 행정구역 조정을 놓고 10년이 걸렸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단 흔치 않아 희한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이 이 긴 논쟁을 지켜봤다면 고개를 절래절래 내두를 일이다.

청주시의회가 15일 의결한 '청주시 구·동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바로 이런 사안이다. 신개발지인 청주 강서택지개발지구 동 구역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놓고 시의원들은 찬·반투표 끝에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결과와 내용을 떠나 "왜 그렇게 끌었냐"는 질타 외엔 별다른 반응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강서택지지구를 인접 가경동으로 편입할지, 강서동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양 지역이 다툰 과정이나 결과를 보면 기가 차다. 1800여세대 규모에 불과한 아파트단지 행정구역은 이렇게 됐다.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은 강서동으로, 주거지역(아파트)은 가경동으로 각각 갈려졌다. 하나의 아파트 단지이지만 행정동을 서로 달리하는 이상한 동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행정절차로만 보면 한국토지공사가 '지번'을 확정하기 위해 2004년 9월 청주시에 동 구역 조정을 요구한지 4년만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98년 강서지구 택지개발이 시작된 후 시의회가 99년 4월부터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조례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니 10년 가까이 걸렸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기록과 얘깃거리도 양산했다. 10여차례 이상 양 지역 주민의견을 수렴했지만 워낙 견해차가 커 직능단체대표로 압축해 의견을 조율하기도 했다. 양 지역 주민은 물론 아파트 입주 예정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도 몇 차례 있었다. 전문가 자문, 주민집회, 기자회견 등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벌어졌다. 주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손질되거나 아예 부결되는 일이 반복됐다.

견해가 다른 이 지역 시의원들을 정점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고 해당 상임위 내에서도 마찬가지 모습이 여러차례 연출됐다. 상임위가 공을 들여 확정한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일반적으로 통과됐던게 관례였지만 이 사안은 달랐다.

지난해부터 본회의에 상정된 안이 2차례 부결된 끝에 15일 찬성 16, 반대 5, 무효 2, 기권 1로 의결됐다. 지난 11일 해당 상임위가 조례안을 확정하자 이번에는 본회의에서 쉽게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과 달리 표결로 이어졌다. 15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일부 의원은 '나쁜 선례를 남길 조례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속기록에 남겼다.

이 지루한 논쟁의 배경 하나는 분동(分洞)을 추진중인 가경동이 1만5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입주민들을 챙겨야하는 것이었다. 또 한가지는 애초 명칭 대로 강서동에 편입하는게 타당하다는 쪽의 의견이었다. 결국 가경동은 분동에 필요한 주거지역을 확보했다. 그런데 강서동이 상업지역을 챙긴 배경에 대해서는 달리 보는 시각이 많다. 모 금융기관 분소 설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결과를 평가한다면 10년 가까이 끈 동 행정구역 조정 논란의 귀결점은 가경동 분동과 금융기관 분소 설치로 압축될 수도 있다. 이유가 이런 것이라면 그동안 쏟아부은 행정력과 의회에서 벌어진 논쟁에 가치를 부여할 시민은 없을 것 같다.

60만이 넘는 대도시의 행정동 하나가 갈라지든, 그렇지 않든 일반 시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당당히 답변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금융기관 분소는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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