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와 민심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와 민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4.15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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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대통령선거에 이어 4·9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충청권 핵심공약을 꼽으라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였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문제도 선거과정에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뤄졌으나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된 사업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보다 무게감이 덜하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행정수도 건설에 버금갈 정도로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 공약이 민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18대 총선에 참패를 했다. 우선 실현가능성 여부에서 민심은 실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수도는 당시 대통령과 정권의 의지만 있으면 될 것 같다는 믿음을 주었다. 그러나 국제과학비지니스 도시 또는 벨트로 이름이 붙여진 이 공약에 대해서는 체감정도가 달랐다. 과학비지니스라는 용어자체가 갖는 부담감도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구체성도 없었다. 행정수도 이전보다도 훨씬 어려운 주제였던 것이다.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대덕 테크노밸리, 오송 바이오단지, 오창 IT단지, 천안 아산의 IT단지와 행복도시까지 연계하는 광역도시권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도시라기 보다는 대전 충남·북 3곳을 연결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신산업벨트 또는 신산업지대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실체에 대해서는 '과학관련 전문인력과 첨단 벤처기업 등 기업인, 문화예술인들이 어우러져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풍요로운 삶을 펼쳐갈 수 있는 도시'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후보들은 이 벨트는 세계 정상의 과학이 연구되고 그 결과 산출된 새로운 지식 자본과 원천기술이 비지니스로 이어지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광역도시권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다녔다.

그러나 어떻게 세계정상급의 연구소나 인력을 유치할 것인지, 그런 연구의 성과가 비지니스로 산업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여기에 어떻게 문화예술까지 어우러져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나 선행하는 성공사례조차 내놓지 못했다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사실상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도 문화예술이 활성화됐다거나 양분야가 모범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효과가 창출됐다는 소식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산업중 과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업종은 과연 무엇인가도 따져볼 일이다. 우리는 반도체나 조선, 그리고 휴대폰 등 조립금속업종을 든다. 순수기술연구분야는 한참 뒤쳐진다. 생명과학분야도 그렇다. 그렇게 자랑하던 줄기세포분야도 황우석 사태로 관심이 뒷전이다. 바이오의 메카 오송단지의 경우 로열티를 주고 알약을 단순생산해내는 제약사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 미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 국내에 과연 몇개인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너무 부풀려졌던 공약이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면서 벤처기업 집적지역으로 '중부 하이웨이벨트'라는 것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중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음성과 진천 청원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벤처기업이 몰렸다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그리고 이곳을 집적화시켜 대표적 벤처단지로 묶겠다는 뜻이 있었다. 그래도 이 벨트는 분명한 실체가 있었다. 그러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실체가 애매모호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업무 보고 브리핑에서 국제과학기술비지니스벨트 추진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제 민심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별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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